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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안 하겠다'라는 당당함, 스스로 대도(大盜)임을 인정하는 자백인가?

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06 01:34 수정일 : 2026.09.06 15:37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고무열 (GMY Corporation) 대표
 

"도둑질 안 하겠다"라는 당당함, 스스로 대도(大盜)임을 인정하는 자백인가?

 

I. 훔친 사과가 달콤하다지만, 연임은 사과가 아니다.

 

“도둑질 안 하겠다고 구태여 입을 떼어야 합니까?”

연임 불가 선언을 촉구하는 국민적 목소리에 이재명이 던진 이 해학 넘치는 비유는, 눈물겹도록 솔직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하다. 권력을 내려놓지 않고 한 번 더 틀어쥐려는 과욕과 집착이 본질적으로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도둑질’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본인 입으로 털어놓은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뻔뻔하고도 치밀한 묘수다. 연임이 국정을 탐하는 ‘권력 절도’인 줄은 훤히 알면서도, 정작 “앞으로 절도 행각을 벌이지 않겠다”라는 지키지도 못할 각서는 죽어도 쓰지 않겠다는 야무진 배짱을 내보였으니 말이다. 도둑이 장물에 손을 대면서 “내가 도둑질 안 한다고 굳이 맹세까지 해야 하느냐”라며 도리어 성을 내는 꼴이다.

 

II. 방방곡곡 소문난 상습범에게 서약서 없이 열쇠를 맡기라고요?

 

세상 사람들은 묻는다. 도대체 왜 그렇게 억울할 정도로 '안 하겠다'라는 서약서 한 장에 집착하냐고? 답은 간단하다. 주인의 눈물겨운 ‘학습 효과’ 때문이다. 취임 이후 펼쳐진 그의 눈부신(?) 업적을 돌아보라. 민생은 뒷전이요, 오직 본인의 목을 죄어오던 5개의 재판을 깔끔하게 '일시 정지' 시키는 초법적 신공만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대법관 증원에 4심제, 법왜곡죄라는 이름도 찬란한 신무기들로 사법부를 철저히 무력화하고, 공소 취소를 향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융단폭격하듯 퍼부었다. 감옥 담벼락을 넘지 않으려고 이토록 화려한 기예를 선보인 분이, ‘연임’이라는 거대한 떡밥 앞에서는 과연 조신한 선비처럼 젓가락을 내려놓겠는가? 연임은 그에게 권력욕을 넘어, 방탄의 유효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생존의 필수 조건일 것이다.

 

III. "존경한다니까 진짜인 줄 알았죠?"의 마술 같은 연금술

 

더욱이 이재명은 말의 연금술사이자 침묵의 연극배우다. “존경한다니까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당대 최고 쾌작을 남기며 국민의 신뢰를 비웃었던 역사가 생생하지 않은가. 선거철 홍보물에는 ‘부동산 세금 깎아주고 규제 풀겠다’라며 비단길을 깔아줄 것처럼 호언장담하더니, 막상 안방을 차지하자마자 180도 뒤집어 청개구리 표 정책으로 국민 발등을 시원하게 찍어버렸다.

 

글로 써서 공포한 약속조차 아침 이슬처럼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분이, 이제는 아예 약속 자체를 거부하시겠다니 털끝만큼의 의구심이라도 안 드는 게 이상한 일이다. 비유의 수풀 뒤에 숨어 배시시 웃는 그 태도는 국민을 국정의 주인이 아닌, 얼마든지 속여 넘길 수 있는 계몽의 대상이자 호구로 보는 오만의 극치다.

 

IV. 단 열 글자가 그렇게 입에 가시를 돋게 합니까?

 

원래 털어 먼지 안 나는 신사라면 “나 소매치기 안 하오”라는 문신을 이마에 새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과가 화려하거나 약속을 밥 먹듯 엎어버린 역사 속 인물이라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집을 맡기기 전에 “털어가지 않겠다”라는 지장 찍힌 서약서부터 받아내는 게 주인의 마땅한 자위권 행사이자 방어기제다.

 

비유의 수풀 뒤에 숨어 배시시 웃으며 말장난이나 할 때가 아니다. 정직함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국민 앞에 똑바로 서서 내뱉어야 한다.

 

“연임은 없다. 재판받겠다.”

 

단 열한 글자다. 이 짧은 한마디를 내뱉는 게 혀에 가시라도 돋는 일인가, 아니면 권력이라는 도둑질에 맛 들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인가. 확약을 거부하는 그 오만한 침묵이야말로, 기회가 된다면 몇 번이고 권력을 훔쳐 달아나겠다는 가장 확실한 연임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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