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인문 칼럼
작성일 : 2026.09.06 14:24 수정일 : 2026.09.07 15:14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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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
나이라는 영수증, 어르신이라는 고귀한 훈장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나이를 먹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나이가 반드시 그에 비례하는 지혜와 인격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나이란 그저 살아가며 세월이 찍어준 '시간의 영수증'일 뿐, 그 자체만으로 존경받을 자격이나 벼슬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장자(莊子)의 대붕(大鵬)처럼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몇십 년의 세월이란 아침 이슬이나 하루살이의 삶처럼 지극히 찰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고작 세월 몇년 더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나이가 몇인데!"라며 대장 노릇을 하려 들고, 얕은 상식과 옛 무용담으로 남을 억누르고 가르치려 드는 모습은 우물 안 개구리가 제 머리 위 하늘이 세상 전부라 우기는 꼴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세월이라는 헛바람만 가득 찬 풍선처럼 말과 행동은 거칠면서 나이만을 벼슬로 삼는 이들을 어찌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공자는 《논어》에서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했습니다. '일흔이 되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도 세상의 법도와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나이가 들어 자기 고집대로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오랜 수양을 통해 마음속의 이기심과 잘난 척을 깨끗이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세상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는 순응과 겸손의 의미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고집의 벽을 두껍게 쌓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걸림없이 텅 비워내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진정한 어르신이란 나이라는 숫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품격있는 삶의 언행으로 증명되는 사람입니다. 말 한마디에 신중함이 있고 행동에 책임과 절도가 있으며, 자신의 무용담을 내세워 우쭐대기보다 삶 자체로 본을 보이는 사람입니다.
억지로 존경을 구하지 않고,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울 줄 아는 여유와 겸손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참된 연륜을 인격으로 승화시킨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나이를 더하지만, 품격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수양한 사람에게만 찾아옵니다. '참된 어르신'이라는 명성은 평생에 걸친 겸양과 수양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삶의 '훈장'입니다.
나이만 먹고 철이 들지 않은 채 안하무인으로 세월만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마음의 허업을 내려놓고 세상과 어우러져 깊이 있는 인격을 완성할 것인가. 잘난 척하는 무게와 마음의 먼지를 먼저 털어낼 때, 비로소 우리의 세월은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품격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시간만 축내는 늙은이로 살 것인가. 품격 있는 어르신으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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