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을 받다
작성일 : 2026.09.09 05:01 수정일 : 2026.09.09 05:1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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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대인 모습을 AI 이미지로 생성 |
어제는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크게 붕괴된 내 마음이 더 이상 그것들을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크게 무너져 있었다.
예전에는 부족한 점이 있어도 어떻게든 다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이 나를 겁박하고 포박까지 했다.
사실 힘든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심리 상담을 가장 나중에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상담을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오히려 상황이 어려울수록 심리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어려움이 계속되면 사람은 현실의 문제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돈이 부족하면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라고 생각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기도 한다.
한두 번의 실패가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 전체에 대한 평가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의 어려움과 마음의 어려움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심리 상담은 이런 악순환을 잠시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상담사는 내가 처한 현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왜 그런 생각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혼자 있을 때는 뒤엉켜 있던 생각을 말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정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불안하면 모든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작은 실패도 자신의 능력 전체를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의 평범한 말조차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다.
상담은 바로 그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일’을 조금씩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심리 상담이 반드시 큰 문제가 있는 사람만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버티는 데 익숙한 사람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지쳤을 때는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택일 수도 있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는 상담 한 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감 역시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는다. 무너진 자존감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바라볼 힘을 회복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 있어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상담을 받으면서 몇 번이나 굵은 눈물을 흘렸다. 여기서 새삼 그만큼 내가 얼마나 지독한 우울증에까지 협공을 당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깨닫을 수 있었다.
물론 어제의 상담이 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지금 얼마나 지쳐 있는지, 무엇 때문에 힘든지, 그리고 내가 나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어쩌면 심리 상담의 시작은 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질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힘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힘내라’는 말만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털어놓고, 그 이야기를 함께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을 바꾸는 힘은 결국 마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2차 심리 상담은 오늘 9월 17일에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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