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09 11:27 수정일 : 2026.09.09 14:40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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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형식에 갇힌 학교 안전교육, 현장 맞춤형 전문가 교육으로 거듭나야
매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성폭력 예방, 학교폭력 예방, 교통안전 등 필수 의무 안전교육이 시행된다. 하지만 교실 안 풍경은 어떠한가. 화면 속 지루한 영상을 틀어놓으면 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강의는 그저 ‘시간 때우기’로 흘러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쉽게 말해 의무교육이기에 하기는 하되 엉터리이며 형식적이다. 학생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안전교육이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무사안일주의와 형식적인 행정에 밀려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I. 형식적 운영과 예산 절감의 그늘
이러한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은 학교의 예산 절감 유인(誘因)과 관성적인 운영이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매체 자료로 시청각 교육을 대체하거나, 학년별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반복적 교육을 답습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 체감하는 위험의 양상이 다름에도 매년 똑같은 내용이 되풀이되어 학생들의 집중도와 안전의식이 극도로 저하되고 있다.
II. 최신 위험 이슈와 현장성 있는 콘텐츠의 필요성
안전교육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최신 자료와 현실적인 강의 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딥페이크 성범죄, 사이버 학교폭력, PM(개인형 이동장치) 및 킥보드 사고 등 실제 아이들 삶 깊숙이 들어온 위험 요소들을 생생하게 다뤄야 한다. 구태의연한 수칙 전달을 넘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신고해야 하는지 체득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이 시급하다.
III. 안일한 교육이 부른 현장의 비극적 사례
실효성 없는 형식적 교육의 폐해는 이미 현장에서 참혹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10대 학생들이 동급생의 얼굴을 AI 프로그램에 입력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다 입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으며, 가해 학생들은 단순한 ‘장난’이나 ‘유희’로 치부하며 범죄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또한 무면허 고등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 한 대에 함께 타며 인도를 달리다 보행자를 들이받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등 비극적 사고가 수없이 반복된다. 매년 형식적으로 틀어주는 고리타분한 안전 영상만으로는 아이들에게 타인의 삶을 무너뜨리는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단 1%도 심어주지 못한다는 극명한 증거다.
IV. 안전교육원 전문강사 활용과 제도적 지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교육원 등 검증된 기관의 전문강사 활용이 필수적이다.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강사는 최신 범죄·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입체적인 소통을 끌어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강사 인증제 도입, 거점형 지원단 운영, 외부 강사 활용 비율 의무화, 그리고 안전교육 전용 목적 사업비 증액 등 제도적으로 예산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V. 실효성 있는 교육 체계로의 전환
학교 안전교육은 단순한 행정 실적 채우기용 통과의례가 아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형식적인 교육을 방치하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을 방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 당국과 학교는 무사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전문강사 인력 풀을 적극 활용하고 현장성 있는 교육 체계를 즉시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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