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9.14 09:46 수정일 : 2026.09.14 13:53
작성자 : 이 천석 대기자 ([email protected])
영화 **<호프>**를 둘러싼 흥행 성적을 놓고 이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나홍진 감독이라는 이름,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라는 스타 배우, 그리고 막대한 제작비를 앞세워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국내에서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면 영화계는 그 원인을 단순히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상업영화에 대한 관객의 수준이 낮아졌다”고 돌릴 일이 아니다.
관객은 영화에 대한 최종적인 심판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호프>의 흥행 부진을 “감독과 배우들이 좌편향적이기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실제로 나홍진 감독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했다는 확실한 자료는 확인하기 어렵다. 정호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부 주연 배우들이 과거 공개적으로 보여준 정치적 행보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다.
황정민은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한 영화인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영화인들은 “윤석열 퇴진”과 “윤석열 즉각 탄핵” 등을 요구했다.
이것은 황정민 개인의 정치연설이라고 과장해서는 안 된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것이 정확한 사실이다.
조인성 역시 과거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촛불집회에 반드시 참석해야만 마음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누구나 마음속에 촛불 하나는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들을 놓고 보수층 일부가 이들을 진보적 성향의 연예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배우나 감독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자유에는 그에 따른 사회적 평가도 뒤따른다.
보수 성향 관객이 어떤 배우의 정치적 발언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진보 성향 관객이 다른 배우의 발언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것은 민주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영화계가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가 있다면 관객 역시 그 배우의 작품을 보지 않을 자유가 있다.
문제는 영화계 일부가 이러한 소비자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정치적 메시지는 내가 표현할 자유지만, 관객은 그것을 영화와 분리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논리는 현실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연예인도 하나의 브랜드이고, 감독도 하나의 브랜드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형성한 이미지는 그들의 작품에 따라다닌다.
“당신들의 정치적 성향이 무엇이냐”가 아니다.
“당신들이 관객을 얼마나 존중했느냐”이다.
감독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배우도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극장표를 사는 관객 역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영화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따라서 <호프>의 흥행 결과를 놓고 정치적 성향만 탓하는 것도 옳지 않고, 반대로 관객의 정치적 선택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도 옳지 않다.
영화는 결국 관객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유명 감독도, 천만 배우도, 거액의 제작비도 관객의 선택을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호프>가 영화계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관객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먼저 관객의 마음을 얻어라.”
그것이 영화가 살아남는 가장 오래된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천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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