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제약업체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민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93명의 환자에게 해당 치료제가 투약된 사실까지 확인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임상시험에 앞선 동물실험에서다.
보도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제넨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를 대상으로 비임상시험을 실시했고, 고용량 투여군에서 햄스터 한 마리가 약물 역류와 토혈 증상을 보인 뒤 폐사했다. 살아남은 동물들에게서도 심각한 폐 이상 소견이 관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런 불리한 내용이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자료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임상시험은 기업의 돈벌이를 위한 절차가 아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가장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제도다.
그런데 동물실험에서 심각한 이상 징후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상시험이 승인되고, 결국 93명의 사람이 투약 대상이 되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김승원 후보자 측은 자신이 동물실험 자료의 누락·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당시 식약처장에게 한 요청도 임상시험의 무조건적인 승인이 아니라 관련 민원을 전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속도 역시 이례적으로 빠르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이 해명 역시 수사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몰랐다면 왜 몰랐는가.
알았다면 왜 그런 요청을 했는가.
그리고 몰랐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한 국민의 의혹은 사라질 수 없다.
더구나 그 결과가 단순한 행정처리가 아니라 93명의 실제 환자에게 투약되는 임상시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93명의 임상시험 참여자에 대한 철저한 사후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누가 투약받았는지, 투약량은 얼마였는지, 투약 이후 어떤 이상반응이 있었는지, 치료 효과와 부작용은 어떠했는지, 추적관찰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현재까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 사람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93명 전원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와 의학적 건강검진도 실시해야 한다.
특히 동물실험에서 나타났던 이상 징후와 유사한 증상이 사람에게 나타났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이미 임상시험이 끝났다”는 이유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또 하나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 있다.
왜 이 임상시험이 승인됐는가?
식약처가 당시 제출받은 원자료는 무엇이었으며, 누가 이를 검토했는가.
동물실험 자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식약처 관계자가 알고 있었는가.
김승원 후보자의 요청이 실제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가.
승인 담당자와 외부 관계자 사이에 어떤 연락이 있었는가.
그리고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와 다른 조치가 있었는가.
이 모든 것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김 후보자 측은 “단순한 고충 민원 전달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2021년 10월 김 후보자가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 임상시험 신청을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고, 약 2주 뒤 식약처가 임상시험을 승인한 사실이 보도된 만큼 이 과정 역시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의 특수성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과 형사사법 행정의 핵심을 담당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중대한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과연 국민이 그가 지휘하는 사법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정치자금이나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가 아니다.
의약품의 임상시험과 국민의 생명이라는 공공의 영역이 걸려 있다.
따라서 인사청문회에서 몇 마디 해명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이 사안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는 우선 국정조사 등을 통해 임상시험 승인 과정 전반을 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 단순한 민원 전달을 넘어 부당한 압력이나 청탁, 허위자료 제출, 심사 과정의 위법·부당행위 등이 확인된다면 수사기관은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특히 관련 의혹이 여러 기관과 관계자에게 걸쳐 있고 일반적인 수사만으로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독립적인 특별검사 수사까지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특검 역시 정치적 보복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사실과 증거를 통해 책임의 범위를 가려야 한다.
이제 공은 이재명 정부에 넘어갔다.
정권은 김승원 후보자를 무조건 감싸는 것이 아니라 먼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부 스스로 모든 자료를 공개해 깨끗하게 의혹을 해소하면 된다.
반대로 조사 결과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나 규제기관의 잘못이 확인된다면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김승원 후보자 역시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를 고집하기 전에 국민에게 먼저 답해야 한다.
93명의 환자에게 투약된 약은 안전했는가.
동물실험의 이상 징후는 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는가.
식약처 승인 과정에 본인의 연락이나 요청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사법적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다고 국민이 믿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 앞에서 정치적 진영논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93명의 환자는 정치적 숫자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 잘못이 확인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국민의 생명을 둘러싼 의혹을 덮으려는 권력은 더 큰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의무이고, 국회의 책무이며, 사법당국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천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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