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17 12:58 수정일 : 2026.09.24 13:22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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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
진영 대립의 문제점과 화합을 위한 제언
I. 두 개의 대한민국, 첫 만남의 탐색전이 초래한 일상의 분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개인 간의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순수한 문화생활이나 취미 모임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첫 만남에서조차 "저 사람은 이쪽인가, 저쪽인가"를 먼저 떠보고 눈치를 보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파악이 안 되면 다른 지인의 도움까지 받아 알려고 한다.
요즘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과거 맞선을 볼 때 상대의 종교가 나와 맞는지 많이 따졌다. 이제는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라 여기에 정치 성향까지 맞춰야 한다. 명절 어느 집안에 오랜만에 부모님 집을 찾은 큰아들이 아버지와 정치 논쟁을 하다 차례도 안 지내고 휙 가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는 웃픈 현실이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단어를 가려 쓰고 신념을 숨겨야 하는 피로감은 사적 영역과 공적 거래 관계 전반을 압박한다. 하나의 법무와 제도 아래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는 사실상 두 개의 국가로 나뉜 듯 극심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정치권의 정쟁이 민간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여 불필요한 경계심을 키우고, 정상적인 협력과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II.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 연간 최대 250조 원의 국부 유출
갈등 학회 및 주요 연구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사회적·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치르는 경제적 손실은 연간 최소 82조 원에서 최대 250조 원에 달한다는 발표가 있다. 이는 국가 한 해 예산의 상당 부분에 맞먹는 수치이며,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사회갈등지수 속에서 국가적 자원이 소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이념 대립에 따른 비용 극대화: 갈등 비용 중 정치적 이념 대립과 극단적 양극화로 인한 손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국력을 과도하게 소모하고 있다.
* 기업가 정신과 투자 위축: 정권 교체나 진영 논리에 따라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면서 기업들은 장기적 투자를 포기하고 단기적인 눈치 보기식 대응에 치중한다.
*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파산: 구성원 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계약 이행, 협상, 갈등 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거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III. 대립의 구조적 원인, 승자독식과 진영 논리의 심화
이러한 양극화는 단순히 개인의 성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첫째, 승자독식의 권력 구조다. 현행 권력 구조는 타협과 절충보다는 상대방을 무너뜨려야만 승리하는 진영 간 전면전을 유발한다.
둘째, 미디어와 알고리즘의 확증 편향으로 미디어 채널과 SNS 알고리즘은 극단적인 주장을 양분 삼아 분노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며, 온건한 중간 지대의 목소리를 철저히 소외시킨다.
IV. 화합을 위한 대안, 타협의 시스템 구축과 통합의 리더십
갈등의 골을 메우고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먼저 제도적 개혁 추진이다. 타협과 상생을 할 수 있는 권력 분산형 지배구조 및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다원적 가치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실용주의 리더십과 민간 자율성 회복이다. 정치권은 진영 논리를 넘어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으로 두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경제 및 민간 영역은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독립하여 합리성에 기반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범사회적 공론장의 활성화이다. 진영을 떠나 민생 현안과 국가적 과제를 객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 자리를 제도화하여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갈등과 눈치 보기에 짓눌린 사회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매년 수십조에서 수백조 원에 달하는 자원을 정쟁과 불신으로 낭비하고 있다는 경고를 직시하고, 타협과 협치를 위한 구조적 개혁을 시작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하나의 공동체로서 동력을 회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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