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22 09:37 수정일 : 2026.09.23 04:37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 |
|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개헌의 빛과 그림자, 정략을 넘어 국가 백년대계로
I. 개헌 드라이브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 "무엇을, 왜 고치려 하는가?"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명기를 포함한 개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그 명분과 시급성을 둘러싼 강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짧은 칼럼으로 모든 부분을 살피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먼저 몇 가지 찬반의 이유를 살펴본 후 개헌의 필요성을 논하고자 한다.
실효성 없는 전문 개정의 부적절성: 헌법 전문은 국가의 지향점을 선언하는 공간일 뿐, 국민의 실질적 권리를 확장하거나 민생을 개선하는 실체적 법 효과를 내지 못한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의 경우, 명단 및 유공자 선정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투명성 논란과 평가의 이념적 대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적 합의가 온전히 완성되지 않은 사건을 국가 최고 규범에 명기하는 것은, 사회적 분열을 증폭시킬 여지가 남아 있다.
구체적 개헌 범위와 명분의 모호함: 헌법의 어느 조항을 왜, 어떻게 고쳐 국민 삶을 낫게 만들겠다는 명확한 청사진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
87년 체제의 역사적 가치와 실패의 선례: 역대 정권마다 개헌을 추진했으나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로 무산되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국민이 피땀으로 쟁취한 유신 이후 15년 만의 대통령 직선제 결정체이자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이므로 정략적 이유로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의도에 대한 불신: 구체적 고침의 이유 없이 현시점에 개헌 카드를 꺼내는 것은 국정 불안이나 흔들리는 정치적 입지를 타개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도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라고 명시 되어있지만, 일부 정치권에서 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는 마당이라 국민의 신뢰가 낮다.
II. 대한민국 개헌 논의의 장단점 분석
1. 개헌의 장점 (필요성)
대통령의 권력 분산 및 삼권분립 강화: 개헌의 가장 본질적인 목적은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고, 입법·사법·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을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있다. 이원정부제,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
의회 폭거 제어 및 삼권의 대등성 확보: 다수당의 입법 독주나 거부권 연발 등 파행적인 국정 운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헌정 질서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양원제)
시대적 변화 반영: 1987년 제정 이후 급변한 사회상(AI·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저출생 등)을 반영하고 환경권·정보권 등 현대적 기본권을 확충할 수 있다.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국민투표 포함)
2. 개헌의 단점 (위험성)
국력 소모 및 민생 소외: 거대 정치 담론이 외교·안보·경제 등 시급한 국정 과제와 민생 현안을 흡수하는 '정치적 블랙홀'이 될 위험이 크다.
사회적 갈등 격화: 헌법 전문 명기나 이념적 조항 개정 과정에서 진영 간 극심한 대립이 발생하여 국민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정략적 졸속 개헌: 선거 일정이나 정치적 타협에 맞춰 속도전으로 추진될 경우, 법적 완성도가 떨어진 기형적 누더기 헌법이 탄생할 수 있다.
III. 합리적 결론 및 객관적 제언
개헌은 국가의 최상위 규범을 다시 세우는 백년대계로, 정권의 유불리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상징적 문구 수정이나 진영 간 논란이 진행 중인 사안을 전문에 넣는 명분 싸움으로 국력을 소모하기보다, 1987년 체제의 역사적 정통성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개헌의 본질인 대통령 집중 권력 분산, 의회 폭거 및 독주 제어, 삼권분립의 엄격한 견제와 균형 확립이라는 핵심 과제에 집중하지 않는 개헌 논의는 또 다른 정쟁으로 전락할 뿐이다. 참된 개헌이 이루어지려면 첫째, 고치고자 하는 대상과 이유의 명확한 제시 둘째,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의 셋째, 권력 분형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직결되는 실질적 조항 중심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 전제는 철저한 공정성과 실효성, 그리고 정의감 위에 세워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양극단의 첨예한 대립과 최고 권력자의 리스크 속에 갈라져 있다. 진정한 합의 없는 개헌은 정략적 선동이나 권력 재편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중함이며,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상처를 보듬는 통합과 성찰이다. 헌법은 나라의 근간이다. 그 뿌리를 바꾸는 일이야말로 가장 정의롭고 차분한 공감대 속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구독자의 관심과 정성스러운 후원, 세상을 바꾸는 초석입니다.
(새마을금고: 9003 3123 89068)
금주의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