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23 09:36 수정일 : 2026.09.23 12:15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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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지뢰는 발밑에 있는데, 평화 타령은 한가롭게 하늘에 떠 있다
- 장병의 발목과 국가안보를 외면한 이재명식 평화 공존론
Ⅰ. 장병의 발목이 잘려 나간 날, 이재명의 평화 타령은 공허했다.
대한민국 비무장지대(DMZ)의 현실은 냉혹하다. 지난 21일 육군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군 간부 3명이 미상의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한 간부는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합참은 지뢰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북한군 지뢰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할 정부가 ‘평화공존’이라는 말만 앞세운다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누구와 어떻게 평화공존을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고, DMZ 일대에서는 지뢰 매설과 방벽 구축 등 군사적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강조해야 할 첫 번째 메시지는 장밋빛 평화가 아니라 우리 장병의 안전과 확고한 억제력이어야 한다. 평화는 말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어야 지켜진다.
Ⅱ. ‘체제 존중’만으로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겠는가?
이재명은 지난해부터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배제, 적대행위 불추진을 대북정책의 원칙으로 제시해 왔다. 올해 광복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고,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추기 위한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문제는 북한의 행동이다. 북한이 대한민국의 선의를 받아들이고 핵무기를 내려놓겠다는 명확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가. 오히려 북한은 핵 무력을 국가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우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해 왔다.
그런 상대에게 우리가 먼저 체제를 존중하고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공존은 상대방도 공존을 원할 때 가능한 것이다. 일방적인 양보를 평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Ⅲ. 비핵화는 최종 목표인가, 먼 훗날의 구호인가?
북핵 문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계적 접근’이라는 이름 아래 핵무장이 현실로 굳어지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 고도화를 중단시키는 것은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도화 중단’이 비핵화의 출발점인지, 아니면 사실상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한 채 관리하는 새로운 틀이 될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대한민국이 분명히 해야 할 원칙은 간단하다. 북한의 핵무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핵을 가진 북한과 핵이 없는 대한민국이 ‘평화공존’을 한다면 그 평화의 비용과 위험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결국 최전선의 장병과 대한민국 국민이다.
단계론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면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어내고 무엇을 검증할 것인지부터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 없이 대한민국만 긴장을 낮춘다면 그것은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인 자기 억제에 불과하다.
Ⅳ. ‘부를 땐 나라의 아들, 다치면 남의 집 자식’이라는 말이 다시 나오게 해서야 되겠는가?
젊은 장병들이 DMZ에서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국가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장교의 발목이 잘려 나가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단순히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라는 수준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의 말에 그치지 않는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그리고 확실한 억제책이다. 북한 지뢰인지, 유실 지뢰인지, 다른 폭발물인지 철저히 감식해야 한다. 북한의 의도적 매설로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외교·군사적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국가가 장병에게 요구하는 희생만큼 국가도 장병을 보호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Ⅴ. 진짜 평화는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갖고 싸움을 막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먼저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가. 북한이 적대적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먼저 경계심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DMZ에서 우리 장병이 다치는 현실 앞에서 ‘평화공존’이라는 말만 반복하면 그것으로 국민의 불안이 사라지는가.
평화는 간절히 외친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국방력, 한미동맹, 확실한 응징 능력, 빈틈없는 감시와 대비 태세가 평화를 지키는 현실의 기둥이다.
지뢰는 평화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북한의 핵무기도 평화라는 수사에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낭만적인 평화 타령이 아니라, 장병의 피와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냉철한 안보 정책이다.
장병의 발밑에는 아직 지뢰가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눈은 허허로운 평화 구호가 아니라 그 지뢰밭을 향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를 지키는 대통령의 첫 번째 책무다. 그리고 UN에서의 안보 관련 연설 내용은 그 방향이 무척 잘못되었고, 설정을 완전히 다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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