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인문 칼럼
작성일 : 2026.09.25 03:14 수정일 : 2026.09.25 07:23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 |
|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달빛 아래 피어나는 따스한 온기, 현대 추석의 풍경과 변치 않는 한국인의 정서
I. 마음을 챙기는 쉼표, 그리고 더 깊어진 서로를 향한 시선
농경 사회의 들녘에서 산업화와 정보화의 바삐 돌아가는 도시로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우리가 명절을 마주하는 모습도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온 식구가 며칠씩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커다란 제관을 차리던 예전의 풍경은 조금씩 간소해졌고, 어떤 이들은 이 긴 연휴를 온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채우기도 합니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고, 가사 노동이나 복잡한 절차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는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외모가 조금 바뀐다고 해서 속에 담긴 진심마저 옅어질까요?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졌고, 방식이 가벼워졌을지라도 바쁜 삶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참 애썼다, 잘 지내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온기를 나누려는 우리의 본심은 옛날 그 시절 그대로입니다.
II. 둥근 맘을 닮은 송편 하나에 담긴 그리움
오밀조밀 손끝으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빚는 일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그 이상의 다정한 마음 씀씀이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던 조상들의 덕담은, 오늘날 우리들의 서툰 손길과 스마트폰 작은 화면 속 영상 통화 위로 고스란히 옮겨옵니다.
비록 온 가족이 한자리에 북적이지 못해도, 오고 가는 작은 선물과 정성 어린 안부 속에는 부모를 향한 그리움과 자식을 향한 애틋함이 가득가득 담기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참 수고 많았다"라는 다정한 한마디, 묵은 걱정을 스르륵 녹여내는 따뜻한 눈빛. 그 찰나의 순간이야말로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다정한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III. 보름 달빛처럼 골고루 퍼지는 오래된 유산, '정(情)'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밭을 일구듯 자리 잡은 '정'과 '나눔'은 추석이라는 계절을 만나 가장 선명하게 빛을 발합니다. 옛 어른들이 햇곡식을 거두어 이웃과 나누며 하늘에 감사했던 그 마음은, 오늘날 우리들의 도시적 삶 속에서도 따스한 온기로 형태를 바꾸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홀로 빛나지 않습니다. 세상의 어두운 곳을 구석구석 비추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애쓰는 이들의 마음에 포근한 온기를 건네줍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명절의 작은 온정은 삭막한 외로움을 달래고, 개인화된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보이지 않는 실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가만히 확인시켜 줍니다.
IV. 변함없는 보름달 아래, 다정하게 빚어가는 내일
추석의 진짜 가치는 거창한 상차림이나 완벽한 전통의 재현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겨레의 가슴속에 훈훈하게 살아 숨 쉬어 온 '서로를 품어주는 사랑과 화목'이라는 뿌리에 있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바쁘게 흘러가도, 명절을 맞는 풍경은 또 조금씩 달라져도, 서로를 향해 어깨를 내어주고 다정하게 안아주는 한국인 특유의 고운 정서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가위, 밤하늘을 환히 밝히는 둥근 보름달처럼 여러분의 가정에도 화목과 평안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그동안 지친 서로의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는 따스한 온기가 오래도록 머물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봅니다.
구독자의 관심과 정성스러운 후원, 세상을 바꾸는 초석입니다.
(새마을금고: 9003 3123 89068)
금주의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