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25 09:52 수정일 : 2026.09.25 19:11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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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
어쩌다 대한민국 안보가 이 지경까지 왔나?
- 젤렌스키가 알려준 북한군 포로 2명, 국민은 누구와 무엇을 믿어야 하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면 국민의 불안과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전방 DMZ에서는 지뢰 폭발 사고로 우리 장병 3명이 다쳤고, 백령도 인근에서는 북한 항공기의 움직임이 포착돼 어선과 레저보트 79척이 대피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생포된 북한군 2명이 대한민국에 들어온 사실까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먼저 공개했다.
I. 국민이 묻는다. 도대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라고 공개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후 당사자의 자유의사와 국제법·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우크라이나 등 관련국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 사안을 전혀 몰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7월 북한군 포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국민의 질문은 더욱 분명해진다. 알고 있었다면 왜 국민에게 먼저 설명하지 않았는가. 공개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면 그 이유와 원칙을 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일수록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원칙에 근거한 설명이다.
II. 백령도와 DMZ, 말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대응
최근 백령도 인근에서는 북한 항공기의 움직임이 포착됐고, 북한 미그 계열 전투기 1대가 서해상의 전술조치선을 한때 넘어 우리 공군이 긴급 발진했다. 다만 군 당국은 NLL 침범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두고 '북한 항공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니다. 전술조치선은 북한 항공기의 남하에 대비해 우리 군이 설정한 대응선이다. 그 선을 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것 자체가 우리 군의 감시·대응 태세가 작동해야 할 상황이다.
더구나 DMZ에서는 수색 작전 중 미상 폭발로 장병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군 당국은 지뢰 폭발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으나 오늘과 내일 비가 오면 증거가 훼손될 수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한미연합사는 즉시 조사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우리 정부는 추석 연휴 지나서 하자는 제안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안보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현장에서 장병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는 감시 태세와 대응 태세다.
III. '평화'라는 말만으로 안보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를 말하는 것과 안보를 지키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평화는 상대방의 위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비할 때 유지된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고, 그 과정에서 생포된 북한군 병사들이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한반도 안보가 더 이상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도 보여준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북한의 군사협력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의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외국 정상의 입을 통해 뒤늦게 접하게 된다면, 국민은 정부의 안보 소통 체계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IV. 대통령과 안보 관계 부처가 답해야 한다.
이 문제의 본질은 북한군 포로 2명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아니다. 귀순 의사를 가진 북한 주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검토할 수 있는 문제다. 정부 역시 그러한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서 국민이 무엇을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방부는 최전방 상황과 우리 군의 대응 태세를 설명해야 한다. 통일부는 북한군 포로의 법적 지위와 국내 정착·보호 원칙을 설명해야 한다.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면 '왜 공개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것, 역시 정부의 책임이다.
V. 대한민국 안보의 기준은 '침묵'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다
안보는 정권의 홍보물이 아니다. 또한 안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개하거나 감추는 대상도 아니다. 국민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정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을 지킬 능력과 의지를 가진 정부를 원한다.
DMZ에서 장병이 다치고, 백령도 인근에서 북한 항공기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포로가 한국에 들어오는 중대한 일이 잇따랐다. 각각의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국민의 알권리를 정부가 막아서는 안 된다.
이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가?"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사건의 존재만이 아니다. 국가가 그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불안은 더 커진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말이 아니라 사실과 대비 태세로 증명돼야 한다. 대통령과 국방·통일 당국은 이제 국민 앞에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언제 알았으며, 어떤 판단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안보에서 침묵은 때로 신중함일 수 있다. 그러나 설명 없는 침묵이 반복되면 국민에게는 무책임으로 보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설명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면 국력의 쇠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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