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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소중한 후원자

한 사람의 믿음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인다

작성일 : 2026.09.26 04:13 수정일 : 2026.09.26 19:0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마중물이 가뭄에 시달리는 농작물 살리는 기쁨의 이미지를 AI로 생성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벌거숭이 임금님》과 《성냥팔이 소녀》 등을 남긴 덴마크의 위대한 동화작가다. 그러나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화려한 작가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직조공과 재봉사의 견습생으로 일해야 했다. 열네 살에는 배우가 되겠다며 코펜하겐으로 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안데르센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왔다.

 

덴마크 왕립극장의 감독이었던 요나스 콜린이 그의 재능과 성실성을 눈여겨본 것이다. 콜린은 안데르센을 단순히 격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받을 기회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안데르센은 그 도움을 바탕으로 학업을 이어갔고, 훗날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여기서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마중물’이다. 마중물이란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부어주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말한다. 펌프 안에 물이 전혀 없으면 아무리 힘껏 손잡이를 움직여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중물 한 바가지를 먼저 부으면 신기하게도 지하의 물이 콸콸 솟아오른다. 사람의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어렵다.

 

또한 열심히 노력해도 배움의 기회와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생에는 때때로 ‘마중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중물을 건네주는 사람이 바로 후원자다.

 

후원자는 반드시 거액의 돈을 주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책 한 권을 건네주는 사람,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 “당신이라면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훌륭한 후원자다. 때로는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거대한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의 도움과 응원을 받았다. 그 덕분에 책을 쓰고 출간하는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내 책을 읽어주고 소개해준 독자, 글을 게재해준 언론과 관계자, 부족한 글에도 격려를 보내준 지인들 모두가 나에게는 소중한 후원자였다.

 

특히 지금 나는 예순일곱의 나이에 다시 학교에 다니며 만학의 길을 걷고 있다. 남들은 이미 오래전에 끝냈을 공부를 작년부터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주변의 격려와 도움은 커다란 힘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학교생활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자그마치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배움의 문을 여는 값진 도전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히려 나를 도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잊게 된다. 한 사람의 성공 뒤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손길과 응원이 있다.

 

안데르센에게 요나스 콜린이 그랬듯, 누구에게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내가 받은 도움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후원의 가장 아름다운 선순환이 아닐까.

 

한 바가지의 물이 펌프를 움직이듯, 한 사람의 믿음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인다. 나 또한 지금까지 받은 수많은 마중물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누군가의 꿈과 도전에 힘을 보태는 또 하나의 마중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