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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느리 위상

이구동성의 급우들 원성 난무 이유

작성일 : 2026.09.28 08:37 수정일 : 2026.09.28 09:0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우리나라에는 며느리와 관련된 속담이 참 많다. 그만큼 오랜 세월 며느리라는 존재가 우리네 가정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보다 딸을 더 아끼고 위한다는 뜻이다. ‘며느리 자라 시어미 되니 시어미 티를 더 잘한다’는 자신이 겪은 고초는 잊고 아랫사람에게 더 심하게 군다는 의미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는 흠잡을 것이 없어도 억지로 트집을 잡는다는 말이다.

 

그뿐인가. ‘초승달은 부지런한 며느리가 본다’는 며느리에게 부지런함을 요구하는 옛 풍속을 담고 있고, ‘종갓집 며느리 틀이 있다’는 덕성스럽고 인복 있는 사람을 칭찬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세월이 참 많이 변했다.

 

추석을 앞두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생님께서 교실에 계신 학생들에게 물으셨다. “이번 추석에도 며느리가 시댁에 와서 상차림에 도움을 많이 주나요?”

 

순간 교실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그러더니 잠시 후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요즘 누가 며느리한테 일을 시켜요?”

“우리 며느리는 손 하나 깜짝 안 해요.”

“맞아요!”

 

웃음 섞인 원성이 교실을 가득 메웠다. 질문을 던진 선생님의 표정도 어느새 면구스러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예전에는 며느리에게 당연하다는 듯 부엌일과 집안일을 맡겼지만, 이제는 며느리를 가족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우리 집이라고 해서 예외일 리 없다.

 

나 역시 며느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쉬다 가기를 바라는 시아버지다. 며느리가 명절 음식 준비를 돕지 않는다고 섭섭해하기보다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을 만나러 와준 것 자체를 고맙게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 한 끼 함께 먹고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다.

 

옛말이라고 해서 모두 낡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어울리는 말도 있다. 나는 며느리를 사랑한다. 일을 잘해서가 아니다. 내 아들의 아내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이제는 우리 집안의 한 가족이 된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며느리에게 필요한 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 노동이 아니라 배려, 의무가 아니라 사랑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도 나는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며늘아,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하게 쉬렴.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참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