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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자신을 조금 사랑해도 괜찮습니다.”

‘이호선 상담소’와 눈물의 비례

작성일 : 2026.09.28 12:12 수정일 : 2026.09.28 20:2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홍 선생님께서는 본인 자신을 사랑하나요?” 상담 선생님의 질문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는 단 한 번도 저를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을 내뱉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평소 즐겨 보는 [이호선 상담소]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접할 때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남의 이야기인데도 마치 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실제로 심리검사를 받았던 나 역시 그랬다. 상담 선생님과 마주 앉아 질문에 답하고 검사지에 하나씩 응답하다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심리검사는 단순히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보는 시험이 아니었다. 심리평가란 면담과 여러 심리검사, 행동관찰 등을 종합해 개인의 정서·성격·인지기능·대인관계 등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검사 하나의 점수만으로 사람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검사 가운데 MMPI-2(다면적 인성검사)가 있다. 현재의 심리 상태와 정신건강 문제, 정서와 행동 특성 등을 폭넓게 살펴보는 검사다. 특히 타당도 척도와 임상 척도를 통해 응답의 신뢰성과 여러 심리적 특성을 함께 살핀다.

 

한국판 MMPI-2 역시 표준화 연구를 거쳐 개발됐다고 한다. 또 SCT(문장완성검사)도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우리 어머니는…’처럼 미완성 문장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완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기개념, 가족관계, 대인관계, 미래에 대한 생각 등을 탐색한다. TCI(기질 및 성격검사)는 타고난 기질과 환경 속에서 발달한 성격을 구분해 살펴본다.

 

MBTI는 에너지 방향, 정보 인식, 판단, 생활양식 등에 관한 선호 경향을 알아보는 검사다. 다만 이런 검사는 사람 전체를 한마디로 규정하는 ‘판정표’라기보다 자기 이해를 돕는 도구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우울과 불안 등을 살펴보는 검사도 있다. BDI(벡 우울척도)는 우울 증상을, BAI(벡 불안척도)는 불안 증상을 평가하는 자기보고 식 검사다. 이 밖에 BHS(절망감 척도), BSS(자살사고 척도) 등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 활용된다.

 

보다 종합적인 심리평가에서는 K-WAIS(성인용 웩슬러 지능검사), Rorschach(로르샤흐 검사), TAT(주제통각검사), HTP(집-나무-사람 그림검사), BGT(벤더-게슈탈트 검사) 등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 검사 구성은 평가 목적과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신뢰도와 타당도다. 신뢰도는 검사가 얼마나 일관되게 측정하는지를, 타당도는 그 검사가 측정하려는 것을 실제로 제대로 측정하는지를 뜻한다.

 

또 표준화란 일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검사를 실시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검사라도 그것이 곧 사람의 인생 전체를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는 전문가의 면담과 관찰, 개인의 생활사 등을 종합해 해석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내 눈물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생후 첫돌 무렵 나를 두고 떠난 어머니의 빈자리를 안고 살아왔다. 이후 오랫동안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존재감의 결여와 낮은 자기평가가 어느새 삶의 일부처럼 굳어졌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의 “자신을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인생의 가장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상처를 건드린 마음의 발화점이었다.

 

나는 그날 깨달았다. 사람은 때로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우는 것이 아니라, 평생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했던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도 운다.

 

심리검사는 내 과거를 지워주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왜 그런 눈물을 흘리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하나의 거울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배우고 싶다.

 

남에게 사랑받기 전에 나부터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 법을. 67년을 살아온 나에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늦게 시작하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공부인지도 모른다.

 

“홍경석 씨, 이제는 자신을 조금 사랑해도 괜찮습니다.” 그 말을 언젠가는 내가 나 자신에게 직접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