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과 비굴의 차이
작성일 : 2026.09.29 07:20 수정일 : 2026.09.29 08:5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당당함과 비굴함의 차이는 목소리의 크기나 말투의 거칠기에 있지 않다. 무엇이 옳은지 분명히 알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말을 제때 하는 태도에 당당함이 있다.
반대로 비굴함은 겉으로는 신중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책임져야 할 순간에 판단을 미루고 상대의 눈치만 살피는 데서 드러난다. 국방의 영역에서 이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는 9월 28일 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고와 관련해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국민이 예상했던 결론이라 하더라도 발표가 늦어지면 의혹은 커지고 불신은 깊어진다.
군사적 사안은 조사와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중함이 침묵을 뜻해서는 안 된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책임 있는 기관이 어떤 절차로 진상을 규명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리는 것 역시 국방의 중요한 임무다.
한반도는 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말과 행동을 통해 긴장을 높이는 일을 반복해 왔다.
이런 현실에서 평화를 바란다는 이유로 위협의 본질을 축소하거나, 도발 가능성을 말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면 그것은 평화를 지키는 태도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가 선의를 베풀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라,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와 그 준비를 실행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단호한 국방정책은 전쟁을 부르는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도발의 비용이 크고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분명히 알려 충돌을 예방하는 정책이다.
강한 억제력은 군사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 판단, 빈틈없는 경계 태세, 한미 연합방위의 신뢰, 민·관·군의 협력,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지휘체계가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여기에 국민에게 사실을 숨기지 않고 설명하는 정부의 소통 능력이 더해져야 한다. 국방에서 당당함은 불필요한 과장이나 감정적 발언과도 다르다. 근거 없이 상대를 자극하는 말은 단호함이 아니라 무책임함이다.
당당한 정부는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북한의 잘못을 분명히 지적하며, 우리 국민과 장병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주저 없이 실행한다.
동시에 긴장을 관리할 외교적 통로를 열어 두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소통과 위기관리에도 힘쓴다. 원칙은 분명하게, 대응은 정교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강경함이다.
반면 비굴함은 충돌을 피한다는 명분 아래 상대의 위협을 모른 척하고, 국민에게 불편한 사실을 늦게 알리며, 책임의 소재를 흐리는 태도다. 그것은 잠시 갈등을 줄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상대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양보해도 더 큰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억제력은 약해지고, 장병의 사기는 흔들리며, 국민의 불안은 커진다. 평화를 지키려면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에 분명한 대가가 따른다는 원칙을 보여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에 필요한 것은 과장된 호언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국방의 기준이다. 사고와 도발을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국민 앞에서는 정직하고, 적 앞에서는 단호하며, 동맹과는 신뢰를 쌓는 정부여야 한다. 당당함은 남을 무시하는 오만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야 할 가치를 아는 데서 나온다.
국방에서 그 가치를 끝까지 지키는 태도, 그것이 비굴함을 넘어 평화를 선택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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