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9.29 10:28 수정일 : 2026.09.29 13:33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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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
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과 표현의 자유 남용을 강력히 규탄한다.
- 창작의 자유, 역사의 진실을 다시 쓰는 면허가 아니다.
Ⅰ.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 상상’으로 뒤집을 수 있는가?
역사는 창작의 소재는 될 수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 자체가 창작자의 상상에 종속될 수는 없다. 영화 ‘암살자(들)’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 당시 사건의 배후에 관한 의혹을 극적 서사로 다룬 것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이어졌다.
물론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거나 기존의 역사관에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를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의혹이 있었다’라는 것과 ‘그 의혹이 역사적 사실로 확인됐다’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 사건과 창작적 가설의 경계가 흐려진다면 대중의 역사 인식 역시 왜곡될 수 있다.
Ⅱ. 표현의 자유가 역사적 면죄부는 아니다.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비판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화를 만들 자유가 있다면 국민에게는 그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다뤘는지 묻고 비판할 자유가 있다.
제작진에게 창작의 자유가 있다면 역사학계와 언론에는 그 근거를 사료로 검증할 자유가 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영화 제작을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검증되지 않은 역사적 가설까지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만들어도 되느냐는 문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창작에는 검증이 따른다.
Ⅲ. 역사적 비극을 정치적 도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역사영화가 권력을 비판하거나 기존의 통념에 도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권력 비판과 역사적 사실의 자의적 재구성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실제 인물의 삶과 죽음을 다룰 때는 무엇이 기록이고 무엇이 창작인지 더욱 분명해야 한다.
역사적 의혹을 제기하려면 사료와 증거로 검증하면 된다. 그 과정 없이 극적 효과만으로 특정한 역사관을 주입한다면 그것은 예술적 상상력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책임의 문제가 된다. 역사를 정치의 무기로 삼는 것도,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역사적 사실을 흐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Ⅳ. 검열이 아니라 검증으로 역사적 진실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사전 검열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제작진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영화적 설정을 했는지 밝히고, 역사학계와 언론이 사료를 통해 이를 검증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영화가 새로운 해석을 제시할 자유는 보장하되, 그 해석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지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진실은 검열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검증으로 지켜진다.
Ⅴ. 역사는 누구의 정치적 소유물이 아니다.
1974년 8월 15일의 비극은 특정 진영의 정치적 자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실제 사건이다. 창작자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까지 자유롭게 다시 쓸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오늘의 정치적 필요에 맞춰 과거를 재구성하는 순간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선전의 도구가 된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역사 앞에서 필요한 것은 검열이 아니라 진실이며, 침묵이 아니라 검증이다. 이에 감독과 제작사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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