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나눔으로 바꾼 고진감래와 자리이타
작성일 : 2026.09.30 18:37 수정일 : 2026.09.30 18:49
작성자 : 계석일 기자 ([email protected])
200억 원을 나누고도 에어컨 없이 사는사람,
배고픔을 나눔으로 바꾼 고진감래와 자리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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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복 칼럼니스트,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 |
사람의 진짜 부자는 무엇으로 결정될까요
얼마를 벌었느냐일까요
얼마나 큰 집에 사느냐일까요
아니면 통장에 얼마가 남아 있느냐일까요
약선요리 연구가 이경애 씨의 삶을 접하고 저는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 돈이
200억 원
광명시에 450평 규모의 토지를 기증했고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약 350곳에 요리 비법과 성공 노하우를 전수했습니다
또한 독거노인과 장애인 소외받는 계층에 매년 약 3천여 명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생활은 놀라울 만큼 소박합니다
생활하는 방에는 에어컨도 없고 밥과 국 김치로 차린 검소한 밥상을 마주합니다
대통령상 시상식에 입고 갈 옷조차 백화점 가격이 비싸 시장에서 마련했다고 합니다
200억 원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면서도 자신에게는 이렇게 아끼는 사람
저는 그 숫자보다 그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무엇이 한 사람을 이렇게 살게 만들었을까.’
그 답은 어린 시절에 있었습니다
이경애 씨는 아버지의 노름빚으로 집안이 기울면서 극심한 가난을 겪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생강밭에서 생강을
캐 먹으며 허기를 달랐고 가족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먹을거리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육성회비조차 내기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배고픔은 말로 설명한다고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배고픔이 아니라
오늘 먹을 것이 있을까 걱정해야 했던 배고픔 이었습니다
어린 소녀는 가난 속에서 한 가지 다짐을 품었습니다
성공한다면 자신처럼 배고파 우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대목에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가난했던 사람이 성공하면 가장 먼저 자기 배를 채우고 싶은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좋은 옷을 입고 싶고,
지난날 누리지 못했던 것을 마음껏 누리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경애 씨는 자신이 겪었던 배고픔을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꾸었습니다
아픔을 원망으로 돌려주지 않고 사랑으로 돌려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성공까지의 길이 순탄했던 것도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 돈을 빌려 작은 중국집을 시작했습니다
장사는 잘됐지만 경쟁업체가 건물을 매입하면서 불과 6개월 만에 가게를 비워야 했습니다
남편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번 돈으로 다시 커피숍을 열었지만, 이번에도 3년 만에 퇴거 요구를 받았습니다
두 번이나 삶의 터전이 무너졌습니다
사업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가게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간판 하나를 떼어내는 일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돈이 들어가 있고
시간이 들어가 있고
가족의 희망이 들어가 있고
밤잠을 설쳐가며 키운 꿈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기도 두렵습니다
그런데 이경애 씨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약재의 지혜를 돼지갈비 양념에 접목해 ‘한방 돼지갈비’를 만들었고 이것이 약선요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논밭뿐이던 산속에 식당을 개업하여
1년 만에 하루 매출 2천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손님이 몰려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고 은행에 갈 시간조차 없어 현금을 쌀자루에 넣어 베고 잤다고 회고했습니다.
대통령상을 세 차례 수상한 한식 전문가이자 50년 경력의 약선요리 연구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진감래(苦盡甘來)아니겠습니까
생강밭에서 허기를 달래던 소녀가
수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머리카락을 팔아 끼니를 이어가던 집의 딸이
200억 원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두 번이나 삶의 터전에서 밀려났던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 수백 명의 소상공인에게 자신의 성공 비법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경애 씨의 인생에서 성공보다 그다음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데 성공한 사람이
돈을 나누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배고팠기에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었고
자신이 실패해보았기에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자리이타
自利利他 입니다.
나를 이롭게 하면서 남도 이롭게 하는 삶
내 성공을 나 혼자의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삶입니다
.
이경애 씨는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단순한 말입니다
그러나 한평생의 아픔과 철학이
그 짧은 말 안에 들어 있습니다
배고파본 사람이
밥 한 끼의 고마움을 압니다
넘어져본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압니다
가난해본 사람이 작은 도움 하나가 얼마나 큰 희망인지 압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겪은 고난 자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고난을 지나 어떤 사람이 되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상처받았다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나는 아팠으니 당신만큼은 덜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하며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될 것인가
바로 그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우리 모두가 200억 원을 기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은 될 수 있습니다
밥 한 끼를 살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전화 한 통을 할 수 있습니다
후배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경험을 나누어줄 수도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당신을 믿습니다.”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절망한 사람에게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책을 만들며 늘 가슴에 품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좋은 책 한 권이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일어선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준다면
그것 또한 세상을 밝히는 작은 나눔이라고 믿습니다
이경애 씨의 삶을 보면서 저는 다시 묻습니다
누가 진짜 부자입니까
많이 가진 사람입니까
아니면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입니까
재산이 많은 것도 성공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재산과 재능과 경험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것은 더욱 값진 성공입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단맛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단맛을 혼자 먹지 않았습니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자신이 일어선 자리에서 다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았습니다.
배고팠던 어린 소녀가
세월이 흘러 수많은 사람의 밥을 챙겨주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것이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얼마를 나누었느냐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보다
올라가는 동안 누구의 손을 잡아주었느냐
무엇을 소유했느냐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인지도 모릅니다
약선명인 이경애 씨의 삶과 나눔에 깊은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시어
따뜻한 밥 한 끼와 삶의 지혜를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오늘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 중 작은 것 하나를 나누고
내가 받은 사랑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며
넘어진 사람의 손 한번 잡아주는 것입니다
고난을 희망으로
배고픔을 나눔으로
성공을 봉사로
바꾸는 삶
그런 사람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날 때
대한민국은 더욱 따뜻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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