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 DMZ 장병의 희생과 맞교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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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석일 더뉴스라인 발행인 |
지난 9월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를 개척하던 우리 군 간부 3명이 폭발 사고로 다쳤다. 그중 한 명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초기에는 원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합참은 조사 결과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고, 유엔군사령부는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확인해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를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 부상 장병의 쾌유를 빌고 가족을 위로한 말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뢰로 우리 장병이 다쳤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의 책임이나 정전협정 위반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이기는 길’을 찾아내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사고 당일 장병들의 쾌유를 기원했고, 9월 30일에는 부상 장병들을 위문했다. 그 점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다만 국민이 묻는 것은 위로의 말이 있었느냐만이 아니다.
북한의 책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왜 그 책임을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평화는 필요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찾는 일도 국가 지도자의 책무다. 하지만 상대의 도발을 분명히 지적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이 평화를 깨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는 태도는 장병과 국민에게 “우리의 희생은 외교적 수사 뒤에 묻혀도 되는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신뢰는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쌓인다”고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유엔사의 판단 앞에서, 정부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후속 조치를 할 것인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침묵과 인내만으로는 신뢰를 만들 수 없다.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는 원칙이 함께 서야 한다.
더욱이 대통령에게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이 있다.
이 사건은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대통령 취임 뒤 공판기일이 추후 지정되는 상태다.
그러므로 이 재판과 DMZ 장병 사고 사이에 실제 거래나 ‘맞교환’이 있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국민이 두 사안을 연결해 의문을 제기한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의혹을 키우는 모호한 태도 대신 원칙과 사실로 답해야 한다.
대북송금 의혹이 장병의 희생과 맞교환됐다는 말은 사실로 확인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의심이 떠돌게 된 현실 자체는 가볍지 않다. 국가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국민의 불안을 키울 수도, 누그러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사법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안보 현안에서는 사적 의혹과 무관하게 국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민은 북한과의 대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화를 위해 장병의 희생과 국가의 책임을 흐리지 말라고 요구한다.
발목을 잃은 장병과 그 가족 앞에서 필요한 것은 원론적 위로에 그치지 않는다.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재발 방지와 합당한 대응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군통수권자의 첫 번째 책무다. 평화를 말하려면 먼저 우리 장병의 희생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그 책임을 묻지 않은 채 “함께 이기는 길”을 말한다면, 국민은 누구와 무엇을 함께 이기자는 것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