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물

Home > 사람·인물 > 사람 Plus

7권의 책을 내고도 빚만 진 작가, 그래도 꿈을 놓지 않는다

글은 솔직함이 생명이다

작성일 : 2026.10.02 19:26 수정일 : 2026.10.03 03:4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책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었기 때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내가 꿈꾸는 환골탈태

고생길이 길었지만 글쓰기를 잘했구나

나의 꿈은 현재진행형

 

나는 얼마 전 어느 유명한 사외보 편집실에 보낼 원고 한 편을 완성했다. 원고를 다 쓴 뒤 마지막에 기고자의 프로필을 적으려니 잠시 손이 멈췄다. 나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그럴듯한 경력과 수상 실적을 나열하고, 내가 걸어온 길을 조금은 아름답게 포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경비원 홍키호테》를 포함해 도합 7권의 저서를 발간했으나 많이 팔리지 않아 빚만 졌다. 가난으로 인해 배우지 못한 한을 풀고자 야간 중학교 3학년에 재학하며 주경야독 중이다.

 

비운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생전에 극심한 가난과 주변의 무관심 속에 지내며 힘들게 살았다지만, 나는 기필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오늘도 집필에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 프로필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굳이 자기 치부까지 이렇게 드러낼 필요가 있었을까?” 나 역시 잠깐 고민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글은 솔직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고, 실패를 지우고, 아픈 과거를 말끔하게 도려낸 뒤 그럴듯한 인생만 보여준다면 글은 반듯해 보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명력까지 얻기는 어렵다.

 

사람은 완벽한 사람의 이야기보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한다. 나의 인생도 그랬다.

 

먼저, 배움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남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때 나는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늘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남아 있었다.

 

‘나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 그 마음 하나를 품고 지난해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야간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남들은 이미 오래전에 졸업한 중학교 교실에서 나는 다시 교과서를 펼친다.

 

▶ 살다 보니 알겠더라

 

낮에는 일하고, 틈틈이 글을 쓰고, 밤에는 학생이 된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늦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는 가장 빠른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책은 벌써 7권이다. 《경비원 홍키호테》를 비롯해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초경서반》, 《두 번은 아파봐야 인생이다》, 《장편소설 평행선》, 《가요를 보면 인생을 안다》 등이다.

 

여기에 공저까지 포함하면 무려 50권이다. 사진 속 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감회가 남다르다. 한 권 한 권은 단순한 종이 묶음이 아니다.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눈물, 좌절과 오기,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들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책을 냈다고 해서 사람들이 저절로 사주는 것도 아니고,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해서 생활이 풍족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책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비용 때문에 빚만 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글을 썼다.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원고를 썼다. 남들이 편히 쉬는 시간에도 문장을 다듬었다. 한 줄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만들어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썼다. 읽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썼다. 팔리지 않아도 썼다. 왜 그랬을까?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취미가 아니었다. 살아 있다는 증명이었고, 내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지렛대였다. 작가의 꿈은 결국 하나다. 그리고 작가의 꿈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좋은 글을 쓰고 싶고,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싶고,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나는 지금까지 무명에 가까운 작가로 수많은 원고를 써왔다. 이제 남은 필생의 목표는 하나다.

 

기필코 베스트셀러 작품을 한 번 만들어보는 것! 이것이 허황된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꿈이란 원래 현실보다 조금 높아야 한다. 나는 자주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린다.

 

▶ 딸이 졸업하던 때 서울대 교정에서

 

그는 생전 극심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당대에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었다. 물론 나를 위대한 화가와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닮고 싶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의 꿈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 그것 하나만큼은 배우고 싶다. 무명 가수에게도 반드시 기회는 온다. 내가 작가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자주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무명 가수다. 오랫동안 작은 무대에서 노래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가수가 어느 날 발표한 단 한 곡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진다.

노래가 알려지고 이름이 알려지며 방송 출연이 늘어난다.

 

작은 무대에서 노래하던 가수가 어느새 ‘유명 가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에 따라 출연의 기회와 대중의 관심도 달라진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작품을 썼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던 작가가 단 한 편의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아직 내 인생의 대표작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7권의 책은 나의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7번이나 도전했다는 증거다. 팔리지 않았다고 해서 책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큰돈을 벌지 못했다고 해서 그 책을 쓰기 위해 흘린 시간과 정성까지 무의미해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7권의 책을 통해 더욱 성숙한 작가가 되어갔다. 그리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학력도 초라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다. 책을 여러 권 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름도 얻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부족함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가난한 글쟁이에서 여유 있는 작가로. -> 이것이 내가 꿈꾸는 환골탈태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건네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뜻이다.

 

▶ 한남대 경영. 국방대학원 MBA 과정 수료식

 

특히 나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나처럼 67세 고령의 나이에 중학교 교실에 앉는 사람도 있다고.

 

우리 학교 학생 중에는 배움의 길이 끝난 줄 알았던 사람이 다시 책을 펼치는 경우도 많다. 7권의 책을 내고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며 다음 책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내가 어느 사외보에 보낸 프로필에서 굳이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 빚만 졌다’고 적은 까닭은 간단하다. 나는 성공한 척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도 나의 역사이고, 가난도 나의 역사이며, 배움의 부족함도 나의 역사다.

 

그 모든 것을 감추고 나면 오늘의 나 역시 사라진다. 나는 잘나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쓰고, 부족함을 이겨내기 위해 쓴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내 책 한 권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날이 반드시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원고를 쓴다. 한 문장 더 쓰고, 한 페이지 더 쓰고, 한 권의 책을 향해 다시 걸어간다. 7권을 썼으니 8권을 쓰고, 8권을 썼으니 9권을 쓰면 된다.

 

언젠가 독자가 내 책을 펼쳐 들고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이 사람 참 힘들게 살았구나. 그런데 끝내 포기하지 않았구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그때 나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고생길이 길었지만 그래도 쓰기를 잘했구나.”

 

글은 솔직함이 생명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나를 포장하지 않으련다. 가난하면 가난했다고 쓰고, 실패하면 실패했다고 쓰겠다. 넘어졌다면 넘어졌다고 쓰고, 다시 일어났다면 다시 일어났다고 쓰겠다.

 

그렇게 살아온 인생 자체가 나의 가장 진실한 원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고의 마지막 문장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쓰고 있다. 나의 인생도, 나의 책도, 나의 꿈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 제가 ‘작가 대상’ 자격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