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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직업’ 국회의원 단상

정치가 뭐기에

작성일 : 2026.10.03 07:40 수정일 : 2026.10.03 19:12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한국인이 정치를 혐오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용되지만, 그건 5분의 1의 진실만 담고 있을 뿐이다. 그렇듯 혐오의 대상이 된 정치를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은 외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욕하면서도 하고 싶은 것, 할 수 없기에 욕하는 것, 그게 바로 정치다. 이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정치의 속성이자 본질이다. (중략)

 

"언젠가 국회의원을 한 했던 친구가 다시 국회의원 하려고 발버둥을 쳐서 한 번 해봤으면 됐지 왜 안달이냐고 했더니 '당신은 국회의원 못 해봐서 국회의원이 얼마나 좋은 자리인지 몰라'라고 해서 할 말을 잃은 적이 있다." (중략)

 

"우선 출세용이다. 오랫동안 정치권을 맴돈 인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여의도행을 원하는 교수나 시민단체 인사, 지방의원도 이 부류에 속한다.

 

다음은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노후용이다. 능력과 경력이 있는 만큼 다른 일도 많을 텐데 안면 몰수하고 여의도행을 택하고 있다. 셋째는 족보용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족보에는 기재되지 않는다.

 

자수성가한 중소기업인들이 '한자리' 하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평생직장용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많은 이들이 정년이 없는 국회의원직을 추구하고 있다. 출마를 위해 언론계를 떠난 동료들도 이 같은 유형이다.

 

이들 유형의 공동점은 국회의원이 권리만 있고 책임이 없다는 점이다. 세비는 1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이들이 향유하는 권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1980년대 수십억 원의 현금을 내고 전국구 의원이 된 경제인은 '이제 사람같이 산다'고 말했던가." (후략) =

 

이상은 강준만 저 《한국 현대사의 산책》에 나오는 '정치가 뭐기에' 내용 중 일부이다. 책의 내용과 주장처럼 그야말로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꿀 직업’ 국회의원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직업이다.

 

 

여기에 장관 입각 제의까지 들어오면 ‘금상첨화’, 아니 금상첨직(錦上添職)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장관 후보자나 고위 공직 예정자들이 인사청문회 무대 위에 서서 만신창이가 되는 광경을 줄기차게 목격해 왔다.

 

거창한 정책 비전과 도덕성을 검증받아야 할 청문회장은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그리고 자녀 찬스 등 온갖 탈법과 편법의 온상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이러한 무자격 후보자들이 도덕적·법적 결격 사유가 낱낱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버티거나, 혹은 정파적 논리에 밀려 슬그머니 임명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직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사적 영달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꿀 직업’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냉소를 확산시켰다.

 

권력의 달콤함만 취하고 책임과 양심은 내팽개친 이들에게 공공의 이익을 맡기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욕하면서도 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상처를 보듬고 미래를 설계하는 고귀한 책무여야 한다.

 

무자격 국회의원과 형식적 인사청문회라는 상시 리스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특권에만 눈이 먼 이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의 매서운 심판과 함께 제도적 대수술이 병행되어야 한다.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은 영원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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