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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代行)’이라는 목줄, 권력이 사법·치안 수장을 비워두는 진짜 이유

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10.03 08:23 수정일 : 2026.10.03 11:37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대행(代行)’이라는 목줄, 권력이 사법·치안 수장을 비워두는 진짜 이유

 

I. 비정상적 국정 방치와 권력의 속셈

 

대한민국의 형사사법과 치안을 책임져야 할 핵심 컨트롤 타워들이 비정상적인 직무대행 체제로 연명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경찰청장,  그리고 검찰총장(공소청장), 중대범죄수사청장에 이르기까지, 국가 사법 권력의 핵심 요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비어 있는 기형적 사태가 지속 중이다.

 

정부는 인사 검증의 어려움이나 적임자 부재라는 궁색한 핑계를 대고 있지만,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가의 형사사법·치안 권력이 이토록 오랫동안 '임시 수장' 체제를 방치한 진짜 이유는 단 하나, 정권의 오만한 정치적 셈법과 '통제력의 극대화'에 있다.

 

II. 독립성의 박탈과 정권 수호의 셈법

 

이들 4개 직위는 정권의 명령에 복종하는 하수인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의 비위·범죄를 수사하고 단죄할 수 있는 칼자루이자, 국가 공권력의 최상층부다. 법이 이들에게 확고한 임기와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엄격히 규정한 이유도 정권의 외압에 굴하지 말고, 오직 국민과 법률에 따라 소신 있게 수사하라는 명령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법적 임기'와 '독립적 소신'이야말로 권력에 가장 커다란 눈엣가시이자 정권의 안위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된다. 수장이 정권의 의중에서 벗어나 독립적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정권을 향해 칼날을 겨누는 순간, 법적 임기라는 단단한 울타리 때문에 해임조차 불가능한 거대한 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III. '대행'이라는 무기를 통한 노골적인 권력 길들이기

 

‘대행 체제’는 이 거추장스러운 법적 한계와 리스크를 단번에 무력화하는 최고이자 최악의 묘책이다. 직무대행은 신분이 극도로 불안정하다. 언제든 한순간에 직위에서 물러나게 하거나 본래 자리로 복귀시킬 수 있다.

 

법적 임기가 전 무한 대행 수장들은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즉시 아무런 정치적 부담도 없이 '경질'이라는 칼날로 날려버릴 수 있다.

 

결국 지금의 대행 체제는 정권이 사법·치안 기관을 법의 지배가 아닌 '자신의 직속 수사 기구'처럼 길들이고, 맘에 안 들면 언제든 잘라버릴 수 있도록 설계한 기만적인 권력 지배의 틀이다.

 

IV. 민주주의의 후퇴와 권력의 기만극

 

정식 수장을 임명하지 않고 비워둠으로써 정권이 누리는 안도감의 대가는 처참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사법 정의의 몰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의 장기화는 사법 기구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하고, 조직의 사기를 짓밟으며, 권력의 눈치만 보는 구조로 전락시켰다.

 

중요 요직 4곳을 빈자리로 남겨두는 것은 무능으로 인한 인선 실패가 아니다. 정권이 자신의 범죄를 덮고 안위를 도모하기 위해 사법 국가의 기틀을 파괴하는 의도적이고 흉포한 국정 방치다.

 

권력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법 기관을 식물 상태로 만들어 놓는 한, 대한민국에서 법치와 사법 정의라는 말은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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