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죽번죽 정치와 국방관에 국민들 ‘헛돌이 증후군’ 확산
작성일 : 2026.10.05 07:01 수정일 : 2026.10.05 11:4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하고, 국방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줘야 한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쩐지 불안하고 답답하다. 정치에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찾기 어렵고, 안보에서는 과연 나라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는 “웬만한 사람은 다 전과가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인사 문제를 두고는 “지켜볼수록 잘한 인사였다”라는 자기합리화가 이어졌는가 하면, 심지어 “이슬만 먹고사는 사람은 고를 수 없는 현실”이라는 취지의 궤변까지 등장했다.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를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기준을 낮추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국민의 허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방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장된 군사적 대치지역 가운데 하나다.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만큼, 국방에는 단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최전방 경계태세와 관련해 실탄을 장전하지 않은 상태의 경계가 있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군의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국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물론 군의 대응은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에 따라야 한다. 무조건적인 보복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는 강력한 억제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스라엘의 강경한 안보 정책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이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의 모든 대응을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한반도는 한반도만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단순히 한두 건의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권의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안보에 관한 설명조차 국민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할 때 불안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여기서 ‘언죽번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뻔뻔한 모양을 뜻한다. 여기에 ‘헛돌이’를 붙이면 더욱 씁쓸하다. 바퀴나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헛도는 모습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정쟁만 반복한다면 그것 역시 헛도는 정치다. 국방이 국민에게 확고한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헛도는 국방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정치에서는 책임, 국방에서는 원칙, 대북정책에서는 냉철함이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에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거나 눈치를 보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줘서는 안 된다.
동시에 불필요한 충돌을 부추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굴종도 아니고 무모한 강경책도 아니다. 힘을 바탕으로 한 당당한 평화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국민의 불신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국방 당국 역시 작은 허점 하나가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바퀴가 제대로 굴러야 한다. 국민이 더 이상 ‘언죽번죽 정치’와 ‘헛돌이 국방’을 바라보며 한숨 쉬는 일이 없도록, 정치와 국방 모두 제자리에서 벗어나 국민을 향해 제대로 굴러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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