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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를 출간했다

무덤으로 만들면 인생의 끝이지만 글로 옮기면 누군가에게 길이 될 수 있다

작성일 : 2026.10.15 03:27 수정일 : 2026.10.15 08:5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대체로 저서의 출간은 성공한 사람만의 특별한 무대이자 공간이다. 그래서 책의 저자 소개에는 으레 화려한 경력과 학력, 수상 이력과 사회적 성취가 따라붙는다. 책을 읽는 독자 역시 그 책을 쓴 사람이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지부터 살핀다.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은 어떨까. 솔직히 말해 나는 성공보다 실패에 더 익숙하다. 살아오면서 수없이 넘어졌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학력이나 든든한 배경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그런 실패를 등에 업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단독 저서 7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성공을 출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실패를 출간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책을 계속 쓰는 가장 솔직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내 책 속에는 성공한 경우의 화려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좌절하고, 후회하고, 아파하고, 다시 일어서는 한 사람의 질곡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의 책은 ‘성공 비법서’라기보다 ‘실패 사용 설명서’에 가깝다. 실패는 감추고 싶은 흠결이 아니다. 잘만 기록하면 그것 역시 훌륭한 콘텐츠가 된다. 내가 넘어졌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전등을 비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실패했기에 넘어진 사람의 아픔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실패했기에 작은 성공에도 감사할 수 있었다. 실패했기에 오늘 하루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소중하게 여긴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게 계속 책을 내고 글을 씁니까?” 나도 가끔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답은 단순하다. 아직 실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성공담이 자산이지만, 실패한 사람에게는 실패담도 자산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실패를 무덤으로 만들면 인생의 끝이지만, 글로 옮기면 누군가에게 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마치 고장 난 불도저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멈추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한 줄이라도 쓰면 그날의 삶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책은 내게 성공의 증명서가 아니다. 살아냈다는 증명서다. 나는 앞으로도 실패를 출간할 것이다. 실패하고, 기록하고, 다시 쓰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내 책을 읽으며 이렇게 말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사람도 실패했구나. 그런데 끝내 포기하지 않았구나. 그렇다면 나도 다시 시작해볼 수 있겠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성공해서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실패했기 때문에 책을 쓰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내가 출간하는 책은 결국 한 권의 실패담이 아니라,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한 사람의 인생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