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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182조 원 평가액 감소, 이재명 대통령은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 주가 상승은 정권의 치적, 하락 위험은 시장 탓

고무열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10.19 12:20 수정일 : 2026.10.19 12:35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경영학 박사)
 

국민연금 182조 원 평가액 감소, 이재명 대통령은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 주가 상승은 정권의 치적, 하락 위험은 시장 탓

 

국민의 노후 자금을 정치적 성과의 제물로 삼지 말라. 국민의 노후 자금을 지켜야 할 국가가 오히려 그 돈의 운용을 둘러싼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이 2026년 6월 말 약 515조 9,000억 원에서 10월 15일 약 333조 5,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불과 석 달 반 만에 182조 4,000억 원, 약 35.4%가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131조 원이 감소했다는 집계까지 나왔다. 물론 이는 특정 상장사 보유 지분의 평가액 감소이지 국민연금 전체의 확정 손실액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공적 기금의 주요 보유 주식에서 이처럼 큰 폭의 평가액 감소가 발생했다면, 그 원인과 위험 관리의 적정성을 엄중하게 따지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더 이상 증시의 상승만 자신의 성과인 양 내세우고, 하락의 책임은 시장에 떠넘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Ⅰ. 주가가 오를 때는 대통령의 공로, 내릴 때는 시장의 변덕

 

이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코스피 8,000 돌파를 주요 성과로 언급했다. 주가 상승을 자본시장 활성화와 한국 시장의 재평가,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설명했고, 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밝혔다.

 

주가 상승을 국정 성과와 연결해 설명했다면, 이제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위험 관리가 적절했는지 설명할 책임도 있다. 대통령이 증시의 상승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권리가 있다면, 하락 국면에서 정책의 한계와 위험을 점검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정부의 공로를 강조하면서 하락할 때는 시장의 변동성만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책임 정치가 아니라 성과는 취하고 부담은 회피하는 정치다. 물론 대통령에게 모든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금리와 환율, 투자심리 등 수많은 변수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무엇이 외부 요인의 결과이고 무엇이 국내 정책과 운용 판단의 결과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고 자랑하면서, 그 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Ⅱ. 리밸런싱 유예와 목표 비중 상향, 위험 관리는 충분했는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내린 두 가지 결정이다. 위원회는 1월 26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해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벗어날 경우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이어 5월 28일에는 2026년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조정했다. 리밸런싱(Rebalancing)이란? 기존의 균형이 깨졌을 때 다시 조정해 균형을 맞추는 것을 뜻함.

 

정부는 국내 주식의 실제 보유 비중 확대와 상법 개정 등에 따른 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결정이 타당했다는 판단은 별개다.

 

리밸런싱은 자산별 비중이 목표 범위를 벗어날 때 매매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관리하는 절차다. 이를 유예하거나 허용범위를 확대하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동시에 특정 자산에 대한 위험 노출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당시 위원회는 주가 급락과 반도체 업황 악화, 시장 집중도 확대 등 하방 위험을 얼마나 정밀하게 분석했는가? 목표 비중을 높이지 않았을 경우와 높였을 경우의 위험·수익 시나리오는 비교했는가? 유예 조치가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객관적 답변 없이 ‘장기 수익성’과 ‘시장 변화’만 되풀이하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해명에 불과하다. 다만 목표 비중 상향 자체가 곧바로 추가 매수나 손실의 직접 원인이라는 식의 단정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결론을 먼저 정해 놓는 일이 아니라, 당시의 의사결정 자료와 위험 분석을 검증하는 일이다. 국민연금의 운용 원칙은 정부의 증시 전망보다 더 우선해야 하며, 정권의 낙관론이 기금의 위험 관리 기준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Ⅲ.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흔들었는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구조다. 이러한 제도적 관계만으로 정부가 기금운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증시의 상승을 국정 성과로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라면,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실제로 보장됐는지 더욱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의 운용 판단은 정치권의 기대나 단기적인 주가 부양 목표가 아니라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 수익자에 대한 책임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만약 정부 관계자가 특정한 시장 전망을 전달하거나 자산 배분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면, 그 경위와 내용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반대로 실제 개입이 없었다면 관련 자료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면 될 일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당시 시장을 낙관적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면, 이제는 그 판단을 뒷받침한 분석 자료와 위험 예측의 적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낙관론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낙관론이 얼마나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했으며, 반대 시나리오를 얼마나 충실하게 검토했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는다. 증시가 오를 때는 그 상승을 국정의 성과로 설명하면서,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결정이 도마 위에 오른 지금은 기금운용의 독립성만 강조하며 물러설 것인가? 정치적 성과를 말할 때는 앞에 서고 정책적 위험을 설명할 때는 뒤로 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경계해야 할 권력의 무책임이다.

 

Ⅳ. 2030년 공개 논란, 국민의 노후 자금은 왜 밀실에서 결정되는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중대한 쟁점이다. 10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조정의 배경을 놓고 정치적 개입 여부와 위험 관리의 적정성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관련 회의록의 공개 시점이 2030년으로 예정돼 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면, 정부와 기금운용위원회는 그 근거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정보를 비공개할 필요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규정에 따라 공개를 유예했는지, 유예 기간은 왜 필요한지, 공개가 가능한 자료와 비공개가 불가피한 자료를 구분했는지 밝혀야 한다.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기관이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까지 장기간 유예할 수는 없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제한적 비공개와 책임 소재를 확인할 수 없게 만드는 불투명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거액의 평가액 감소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당시의 판단 근거와 위험 분석, 회의 참석자의 의견, 결정 이후의 점검 결과를 가능한 범위에서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이며, 국민은 그 운용이 합리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 물을 권리가 있다. 정부가 자신 있다면 자료로 설명하면 된다.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

 

Ⅴ. 국정조사로 정치적 개입과 운용 책임을 규명하라.

 

이제 국회는 정쟁을 넘어 실질적인 검증에 나서야 한다. 국정조사는 특정 정당의 정치적 구호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적 기금의 중대한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여야 한다.

 

국회는 첫째, 1월 26일 리밸런싱 유예와 5월 28일 목표 비중 조정에 이르기까지의 검토 자료와 위험 분석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정하지 않았을 경우와 조정했을 경우의 위험·수익 시나리오, 실제 포트폴리오 변화와 평가액 감소의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가 기금운용위원회나 국민연금공단에 어떤 의견을 전달했는지 관련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넷째, 회의록 공개 유예의 법적 근거, 공개가 가능한 범위를 검토하고, 위원들의 판단 근거와 사후 위험 점검이 적절했는지 조사해야 한다. 다섯째, 조사 결과에 따라 정책적·관리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하고, 위법한 개입이나 직무상 잘못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평가액 감소 전부를 정책 실패의 결과로 전제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시장의 변동성이라는 말로 정책 판단의 책임을 덮어서도 안 된다. 증거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은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치적을 위한 땔감이 아님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치적을 빛내기 위한 정책 도구도 아니다. 국민이 수십 년간 납부한 보험료가 쌓인 노후의 버팀목이며, 그 운용은 정권의 지지율이나 주가 전망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이번에 제기된 182조 원의 평가액 감소가 곧 국민연금 전체의 확정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기금운용의 적정성을 따져야 할 의무까지 없애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거액의 평가액 감소가 드러난 만큼 당시의 위험 관리와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 더욱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주가 상승을 국정 성과로 언급했던 만큼,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정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 역시 ‘시장 상황’이나 ‘전문가 판단’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어떤 근거로 결정을 내렸고 어떤 위험을 검토했으며 그 판단이 적절했는지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만약 정치적 이해가 기금운용에 개입했다면 반드시 밝혀내야 하고, 그러한 개입이 없었다면 객관적인 자료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지키는 일에는 정권의 체면도, 정치적 유불리도 앞설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주가 상승의 공로를 말하고 싶다면, 이제는 국민연금 운용의 위험과 책임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국민의 노후는 대통령의 홍보 수단이 아니며, 국민연금은 정권의 성과를 떠받치는 정치적 땔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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