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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지닌 무서운 파괴력

명예를 침몰시키는 순간의 유혹

작성일 : 2026.10.22 11:35 수정일 : 2026.10.22 15:3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거짓말이 지닌 무서운 파괴력을 이미지로 생성

 

한 사람의 명예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 치열하게 쌓아 올린 전문성, 대중과의 깊은 신뢰,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입증해 온 인품과 진정성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커다란 명예를 이룬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문화재 전문가로서 오랜 세월 명성을 쌓아온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월 21일 사임했다. 사태의 발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된 유묵 한 점이었다.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이라는 문구의 유묵이 독립운동가 박원근 지사의 친필로 소개되었으나, 실상은 일제강점기 친일파 고위 관료였던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진 것이다.

 

문제는 출처의 오류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유묵이 다름 아닌 유 관장 개인의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판은 거세게 휘몰아쳤다.

 

박물관이라는 공공기관의 신뢰성을 담보로 개인 소장품의 가치를 포장하려 했다는 의혹과 함께, 오류를 덮거나 왜곡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며 국민적 분노를 자극했다. 결국 한순간의 실수를 넘어선 ‘거짓말’과 ‘숨김’이 수십 년간 쌓아온 삶의 명성을 한순간에 수장시키고 만 셈이다.

 

거짓말은 흔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용된다. 자신의 오류나 과오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순간을 모면하고자 던진 거짓말은, 처음에는 자그마한 보호막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공의 영역에서 거짓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던져진 각도와 강도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을 지닌 채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부메랑의 덫’이 된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거짓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당초 과오의 크기보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도덕적·사회적 죄목이 되어 돌아온다. 이번 사태 역시 문화재 감정의 실수를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정정했다면 수습의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수를 덮으려 했던 도덕적 불감증과 거짓은 사회적 신뢰라는 가장 근본적인 토대를 무너뜨렸다.

 

명예는 유리그릇과 같다. 오랜 노력으로 아름다운 형상을 갖추었을지라도, 거짓이라는 단 한 번의 충격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공적인 직책에 있는 지도층일수록 정직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대중이 부여한 명예는 그만큼의 정직함과 책임을 담보로 한 계약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단지 하나의 사실을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쌓아 올린 모든 과거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그동안 보여준 뛰어난 업적과 문화재에 대한 열정, 대중과 나눈 깊은 교감조차 “모두 연극이 아니었을까?”라는 냉소로 돌아서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거짓말이 지닌 가장 무서운 파괴력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뼈아픈 교훈을 얻는다. 정직함은 상실되었을 때 비로소 그 무거운 존재감을 더욱 드러낸다. 당장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아무리 두렵고 고통스럽더라도, 정직하게 사과하고 바로잡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거짓말이라는 달콤하고 위험한 유혹에 손을 대는 순간, 오랫동안 피땀 흘려 쌓아온 명예라는 거함(巨艦)은 순식간에 차가운 바다 밑으로 침몰하고 만다. 거짓의 부메랑은 결코 타깃을 비껴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