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7-22 07:09 수정일 : 2024-07-22 07:15 작성자 : 김상호 (sangho5747@hanmail.net)

칼럼니스트 김상호
탄핵이란 혁명적 과업?
민주당이 지금까지 내놓은 특검법과 탄핵소추안 건수는 모두 5개다. 22대 국회가 지난 5월 30일 개원해 이날까지 36일이 흐른 시점으로 미뤄보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특검법과 탄핵안이 발의 된 셈이다.
탄핵의 본래 목적은 권력자의 위법한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형식과 절차가 엄격하게 정해진 형사적 소추가 아닌 정파적 이익을 전제한 정치행위이기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하기 시작하면 본래의 목적은 쉽게 실종된다. 대통령 탄핵이 정치 이벤트처럼 진행되는 남미가 그렇다. 브라질에서는 1992년과 2016년, 파라과이에서는 2012년, 페루에서도 2020년 11월 탄핵으로 대통령이 물러났다. 2017년과 2020년 9월의 페루, 2019년 칠레, 2021년 파라과이는 탄핵에 실패한 경우다. 처음에는 권력형 부정부패에 분노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탄핵으로 귀결됐지만 지금은 극단적으로 갈라진 정치세력의 줄다리기에 탄핵이라는 제도가 동원되고 있다. 대선에서 패한 정당은 탄핵을 시도한다. 대통령이 의회를 장악했으면 실패로 끝나고, 반대의 경우라면 성공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경고대로다. “무죄나 유죄의 실체적 증명보다는 정당의 상대적 힘에 좌우될 위험이 있다.”
우리 정치는 남미식 탄핵의 길로 가고 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대통령 탄핵이 거론됐고, 모든 정치적 이슈는 이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특검법과 국정조사 요구를 쏟아내는 야당의 최종 목적지는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2020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에 140만명 넘게 동의했으니 국민청원을 탄핵의 근거로 삼기 어려운데도 멈추지 않는다. 역풍을 기대하며 반전을 노리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다를 게 없다. 늘 탄핵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
지금 정국은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 청와대는 신년 기자회견, 총리교체에도 불통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우병우 논란, 측근 실세 3인방 논란에 막상 대통령은 ‘동지’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의혹만 제기할 뿐 정작 확인된 건 없지 않으냐는 언론 대응까지도 그랬다. 결과적으로 언론의 정권 비위 취재를 자극했고 종래 국정농단 사건이 공개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모두 대통령 지지율 30%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의 역대 정권 임기 말 수치(20~30%대)에 머물러 있다. 권력의 자산인 지지율이 이 정도라면 개혁은 멀리 도망가고, 대통령은 희화화 대상일 뿐인 게 우리 정치의 경험이다. 그런데도 용산 대통령실은 채 상병 건, 김 여사 사건의 의혹을 외려 키우며 스노볼 효과를 자초하는 양상이다. 위태로움을 잊은 안이함, 이대로라면 눈덩이 두 개는 정권 끝까지 굴러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교훈대로, 의혹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민심이 사실로 믿는다면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을 보여야 맞다. 의혹의 진위 논란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혀선 배가 뒤집히게 된다.
그러니 지금까지 쌓아온 국회의 관행이나 상식적·합리적 의사결정이 살아남을 수 없다. 야당은 근거가 박약한 검사 탄핵까지 주저하지 않고, 여당은 당대표 선발 기준으로 ‘배신 가능성’을 들이댄다. 여야 모두 탄핵 앞에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태세다. 탄핵에 잡아먹힌 정치,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