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뉴스라인 [연재] - 이은정 시인

★감성채움 詩 - 이은정 시인/ 자판기 우유

작성일 : 2024-08-13 17:32 수정일 : 2024-08-13 20:08 작성자 : 이설영 기자 (ha9014@hanmail.net)

 

 

감성채움 詩 - 이은정 시인

 

 

 

자판기 우유 


                         이은정
   


모두들 나가고 홀로 남은 텅 빈 방
벽에 걸린 호랑이 그림이 무서워
울며 따라나선 낯선 시장길


휘어질 듯 가득 실린 과일 리어카 뒤로
휘어질 듯 끌고 가는 엄마의 굽은 등


무섭게 쫓아내던 검은 아저씨
길고도 짧은 숨바꼭질 끝에
긴 한숨 쉬며 작은 내 손에 쥐여주던
굵고 거친 엄마 손 위에 새하얀 자판기 우유


친구들 유치원 가서 가나다라 배울 때
귤 열 개 천원, 사과 두 개 천원
숫자놀이 배웠던 나만의 작은 유치원


춥고도 따듯하고 서럽고도 눈부셨던
내 어린 지난날, 다시는 갈 수 없는
엄마와 나만의 작은 놀이터


아직도 자판기 속 새하얀 우유에선
엄마 냄새가 난다
거칠고도 따듯한 엄마의 손길 닮은
엄마 냄새가 난다.

 

 

 

[이은정 시인 약력]

 

부산 출생 
울산 거주 
도서관 사서 근무
책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걷는 걸 좋아하는
글과 그림을 끄적이는 자유로운 시인
저서 : 자판기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