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의 만남 / 수필

수필 '백설공주' 강형기

작성일 : 2024-08-25 19:44 수정일 : 2024-08-25 21:09 작성자 : 강형기 기자 (the3do@naver.com)

<백설공주>

 

백설공주님은 잠꾸러기다. 언제 깨어날까 하루하루가 길게만 느껴진다.

백설이라고 이름붙여진건 바로 사슴벌레의 애벌레이다. 하얀몸통이 너무나 이뻐서 백설이라고 이름지어줬다아마도 여자아이일거라 나는 백설공주라고 불렀다. 매일 퇴근 후 집에돌아오면 어항속 톱밥위에서 커다랗고 하얀몸통을 자랑하듯 보여주며 나를 맞이해준 백설이가 몇일전부터 보이지않는다백설이가 가족이된지 벌써 1년이 다 되었으니 지금쯤 번데기화가 시작된거같다. 곧 어른이 될 백설이를 만날생각에 나는 뭔지모를 설레임에 젖어들었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참 좋아했고, 무언가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어머니의 동물의 털에대한 알레르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전혀 키우지못했다. 작은 햄스터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햄스터를 잠깐 키운적있었지만 역시나 어머니의 알레르기증상이 나타나 햄스터는 얼마못가 다른주인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어른이되지 못했다고생각했던 그 20대 중반의 시절.나는 정말 무엇인가 키우고싶었고, 털이없는 동물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사슴벌레였다사슴벌레는 한번에 알을 10~20개까지 낳기 때문에 사슴벌레를 키우는분들은 무료로 알을 나눔해주기도한다나 또한 인터넷의 곤충카페에서 쉽게 알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성신여대입구 지하철 개찰구에서 만난 곤충카페회원분은 작은 플라스틱통을 건내주었다한줌의 톱밥속에 좁쌀만한 알이 한 개 들어있었다. 3일정도면 깨어날때가 되었다는말을듣고 인사를 건낸후  설레이는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기억이난다그리고 정확하게 3일후 퇴근후 집에돌아왔을 때 작은 플라스틱통안의 톱밥위를 활기차게 왔다갔다하는 작은 애벌레를 보았을때의 반가움은 아직도 잊지못한다. 작지만 새하얗고 작지만 내 시야를 모두 가릴정도로 아름다웠다. 나는 작은애벌레에게 백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후로 작은 플라스틱통안의 백설이는 무럭무럭 자라났다애벌레때는 주로 톱밥을 먹으며 자라기 때문에 양질의톱밥을 인터넷에서 비싸게주고 구입하여 애지중지 키웠다. 점점 자라나는 백설이에게 작은플라스틱통은 얼마안가 비좁아졌다보다 큰 어항을 구입하여 집을 꾸며주었다.

 

어항안에서 기어다니는 백설이를 보고있자니 나의 삶이 투영되는듯했다한정된 공간안에서 기어다니는 백설이가 마치 사회초년생으로써 야근과 철야에 찌들어 퇴근후에도 일의 테두리안에 갇혀 지내는 내 모습같기도하고, 반면으로는 주어지는 환경과 먹이속에서 걱정없이 살아가는 백설이가 부럽기도했다그랬던거같다. 내가 동물을 좋아했던것과 백설이에게 연민을 느끼고 또 부러움까지 느꼈던 것 모두 당시의 삶에 만족하지못하고 지친 나에게 스스로 위로를해줄 무언가를 애타게 갈구했던거같다자연속에서 동족과함께 자유롭게 살아가야할 사슴벌레가 대도시의 아파트내에 마련된 작은 인공의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백설이가 성충으로 자라게되면 자연으로 방생하는게 옳은것일까를 생각하게 된다하지만 야생성이라는게 사라져서 자연에서 적응하지 못하지않을까란 생각이 겹쳐진다.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여러 가지가 겹쳐진상태로 최종 결론을 판단하게 되나보다. 삶 자체가 이러한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고,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 대부분은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지만 결국 적응해 살아가는게 사람이란 동물의 특징인거같다고민이라는게없이 본능에의해 살아가는 백설이가 다시 한번 부러워진다.

 

한번 거두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나중에 짝도 찾아줘야지 생각한 백설이가 결국은 번데기의 과정에 접어든듯하다사슴벌레는 번데기가되면 3주정도의 과정을 거쳐서 번데기를 찢고 성충의 모습으로 나온다. 3주라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길었던지 나는 매일매일 설레임속에서 기다렸던거같다하지만 3주차가 지나고 4주가 지나도 백설이는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번데기가 되었을 때 확인해본답시고 꺼내보다 잘못 만졌을 때 번데기가 망가지면 성충이되어서 장애가 남을수있기 때문에 나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지만 한달이 넘어가도록 백설이는 모습을 보이자않았다.

 

결국 그 날

조심스럽게 톱밥을 거둬내고 백설이를 확인했을때는, 백설이의 번데기는 이미 곰팡이에 휩싸여 죽어있었다나는 지금도 그날의 충격을 잊지못한다. 작은 생명체였지만 1년 가까이 지내왔던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걸까라는 생각도 들지못할정도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거의 30분동안 나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백설이를 바라보았다.

 

성충이 된 백설이를위해 준비해놓았던 새 톱밥과 젤리들도 한동안 버리지못했었다동화속 백설공주는 해피엔딩이였지만 내앞의 현실속 백설공주는 죽어있었다. 자연속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쯤 성충이되서 멋진 뿔을 자랑하며 사슴벌레세계의 진짜 백설공주가 되어있었을텐데.

 

그 후로 나는 아주 작은 다육이 하나를키워도 그전에 제대로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버릇이 생겼고, 함부로 생명을 키우지 않게되었다지금은 그 후로 벌써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내 마음속 세상에서는 여전히 백설공주는 가장 큰 나무를 타며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아무리 작은동물이나 곤충도 그 생명의 가치는 똑같이 고귀하다 할 수 있다현대시대의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생명을 키우고 유기하거나 학대하는일이 빈번하다나는 이제 세상을향해 생명의 고귀함을 글로써 알리며 살아가는 백설공주의 영원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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