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자판기 우유』 / 강형기 기자
작성일 : 2024-09-20 20:14 수정일 : 2024-09-21 03:18 작성자 : 강형기 기자 (the3do@naver.com)
이은정 시인
『자판기 우유』 시집 소개
시 : 이은정
그림 : 이상수

이은정 시인
달달했던 자판기 우유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집 『자판기 우유』
우리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의 과정을 흔적으로 남겼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고 외로운, 또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울산의 이은정시인 시집 『자판기 우유』 를 소개한다.
유년 시절 달달한 자판기에서 나온 우유를 먹어본 사람들은 기억 할 것이다. 지금도 자판기는 여전히 곳곳에 서서 지금도 우리들의 추억을 함께 담고 있다. 그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들을 가득 안고 자판기우유처럼 달달하며 때로는 애틋하고, 많은 공감을 함께 가져다 줄 71편의 시들이 들어있다.
시인의 글 중에서 '언젠가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온 그 아픔의 시간을 글로 그려보고 싶지만, 아직은 조금 두렵다' 라는 말에서 이은정시인의 힘들었던 지나온 시간들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시인의 시집을 계속 읽어나가면 점점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너무 아프게 살아온 이은정시인 그녀이지만 이제는 힘들고 아픈 이들에게 글로써 위로해주고 있다. 특히 시인의 시어들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가 지금시대에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가 어렵다는것에 있지만 이은정 시인의 시집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누구나 마시면 달달하고 기분좋은 자판기 우유처럼..

<너의 틈새>
너의 아름다운 사람들
그 틈새에서
순간순간 피어나는 외로움의 공간
잠시 잠깐 벌어지는 깊은 고독의 틈새
그 곳에 잠시만
나 머물다 가도 될까
너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리를 비울 때
아주 잠시만
너의 틈새에 머물다 가도 될까
짙은 장미향기와 찬란한 아침햇살 같은
너의 사랑스런 사람들이
깊이 잠드는 아주 어두운 시간에만,
네가 제일 외롭고 아플 시간에만,
네 곁에 잠시 머물다 어루만져주고 갈게
아무도 모르는 네 맘의 작은 틈새에
아주 잠깐만 나 머물다 갈게.
이은정 시인의 애착시 중 하나인 <너의 틈새>이다. 사람은 사람들속에 섞여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외로움은 피어난다. 누구나 작은 틈새가 생기기 마련. 시인은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어 아프고 힘든 이들을 위로한다.
기사를 쓰고있는 기자 본인은 울산의 바다 앞에서 환하게 웃는 이은정 시인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쓴 글이 누구에겐 별로일지 몰라도 또 다른 누구에겐 좋은 글로 공감해 주지 않을까요" 라며 앞으로는 저의 상처와 아픔, 슬픔만을 위한 글이 아닌 다른 분들을 위한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이은정 시인의 시심은 역시 맑았다.
"원래 저에게 시는 어렵고 난해하고 머나먼 유니콘같은 존재였어요.
뭔가 대단한 은유와 아름다운 시어들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존재...
아무나 쓸 수 없고 아름답고 고귀하고 맑은 존재들만 쓸 수 있는 것...
하지만, 책과 가까이 살며 좋아하는 시들을 읊다보니,
어느새 제가 좋아하는 시들은 위대하고 처절하고 아름답기만 한,
뭔가 대단한 은유를 숨긴 시들만은 아니였어요.
일상 가까이에서, 아주 낮은 곳에서, 곁에 앉은 사람의 작은 눈물을 닦아주고
따뜻하게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시.
맘 속 깊이 공감하고 같이 울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시.
누구나 쉽게 읽고 자주 노래하듯 불러낼 수 있는 시.
그런 시들을 좋아했고 저도 그런 시들을 쓰고 싶었어요."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꽤 유명한 이은정시인은 독특하게도 'crazyduck' 이라는 닉네임을 쓴다. "시, 소설, 수필등 문학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한번 걷기 시작하면 몇시간씩 걸어다니며 방황하는거 좋아하고..." 닉네임하고 어울리면서 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였다. 또한 시인은 스크래치보드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은정 시인의 그림들
이은정 시인은 가끔 생각날 때 글을 쓴다고 한다. 주로 외롭거나 우울할 때 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썼기 때문에, 다소 어두운 글들이 많지만, 평소엔 웃기는 말과 행동도 종종 하기때문에 중간에 개그와 웃음이 가미된 글들도 있다고 말하는 이은정 시인의 시집은 지난 10년 넘게 썼던 시들을 하나 씩 모아서 삶의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또 위로하고 있다. 어렸을때 부터 말 없고 무뚝뚝했던 성격이였던 시인은 그러한 이유로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도 걷게 되었다. 지금은 누구보다 맑은 미소를 가진 밝은 에너지의 주인공이다.
"저는 그저 흔한 이름의 낙서쟁이입니다. 시인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고...
가끔 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글과 그림을 끄적이는 자유로운 낙서쟁이...
그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저의 오랜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걸 느끼면서 아마도 저는 아주 느리지만 계속 쓰고 그리게 될 것 같아요."
"저에겐 아직도 사서란 직업도, 작가라는 꿈도 좋아서 쫓아다니는 짝사랑같은 존재예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이은정시인은 이미 그녀만의 색을 가진 시인이고 작가이며, 같던 다르던 자신의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작은 틈새로 파고들어가 같이 아파하고 치유하며 위로하고 있다.
이은정 시인에게 시란 저를 전할 수 있는 통로이자 구원자였고 해우소였고 사막같은 삶에서 찾은 아름다운 오아시스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계속 저는 시를 좋아하고 수없이 읽고 쫓아다닐 것이고, 또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싶다는 이은정 시인의 겸손함이 아름답다 .
마지막으로 이은정시인은 유년시절부터 너무나 가난했었고 식구가 많았음에도 항상 외로웠고 그 때문에 상처받고 아팠었다며 어른이 되어서도 때로는 열등감을 느끼며 살았었고, 그렇게 '어른아이'로 자신만의 동굴 속에 살아왔다고 했다.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겼다는 시인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어둡던 지난날들도 아름다웠다는 걸 깨닫고 남은 시간들을 빛나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나가려 한다고 말하면서 저와 비슷한 고민과 상처들에 아파하는 분들이 제 글을 읽고 공감하며 아주 작은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은정 시인
부산 출생
울산 거주
부산 4년제 문헌정보학과 졸업
부산의 여러 도서관 사서로 근무
울산 구립도서관 사서로 근무
'책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걷는 걸 좋아하는
글과 그림을 끄적이는 자유로운 시인'
저서 : 자판기우유

강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