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상조와 백두여신
작성일 : 2024-12-14 03:53 수정일 : 2024-12-14 06:44 작성자 : 홍경석 기자 (casj007@naver.com)

=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우린 서로 마음이 끌려 하얀 가슴에 오색 무지개 곱게 곱게 그렸었지. 우리는 진정 사랑했기에 그려야 할 그림도 많아 여백도 없이 빼곡 빼곡 가슴 가득 채워놓았지.” =
2011년에 발표한 주현미의 히트송 ‘여백’이다. 여백(餘白)은 종이 따위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남은 빈자리를 말한다. 글을 쓰자면 컴퓨터에서 우선 한글을 불러와야 한다.
그럼 커서가 껌벅거리면서 어서 글을 쓸 것을 재촉한다. 오늘은 뭘 쓸까? 자연의 아름다움을 써볼까? 최근에 경험한 자연의 풍경이나 계절의 변화에 대해 특정 장소나 순간을 떠올리며 그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느낀 따뜻함 등을 쓸 수 있다.
과거의 기억, 예컨대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특별한 순간에 대해 회상해 보는 것도 글감으로 좋다. 그 경험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기에.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에 대해 써보는 것도 건설적이리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해 보는 것도 괜찮다. 현재 사회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정리해 보는 것도 권장할만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 국민 정서는 정치와 종교, 지역 이 세 가지 주제에 대하여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글에는 극한의 배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옳아, 알고 보니 너는 A라는 정치인을 좋아했구나.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는 A가 정말 싫은데!” 따위로. 아무튼 여백은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깊은 의미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백이 주는 생각은 여러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데 이는 예술, 문학, 그리고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여백은 '무언가를 쓰고 남은 공간'이 아니라, '쓰여 있는 무언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남겨둔 공간'으로도 이해된다.
이는 여백이 단순한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여백은 '모든 것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 넘치는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여백은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을 지닌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고, 인간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류에 맞게 오늘도 송년회가 예정돼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오늘의 송년회 모임은 지인의 정중한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나가는 자리다.
하여 여기서 앞으로 교유(交遊)하게 될 사람은 간담상조(肝膽相照)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백두여신(白頭如新)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백’의 본의(本意)처럼 아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든가.
○ 간담상조(肝膽相照) :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하게 사귐.
○ 백두여신(白頭如新) : 머리가 백발이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서로 마음을 깊이 알지 못하면 새로 사귄 사람과 다름이 없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사귀어 온 사이지만 서로 간의 정이 두텁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