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
작성일 : 2025-01-31 05:36 수정일 : 2025-01-31 07:17 작성자 : [대전= 더뉴스라인] 홍경석 기자 (casj007@naver.com)

설을 앞두고 정육점에 갔다. 모처럼 집에 오는 자녀들에게 고깃국에 이밥을 먹일 엄마의 정성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소고기 두 근 주세요.”
그런데 정육점의 저울 눈금은 이미 300g을 넘고 있었다. 정육점 주인은 그 저울에 900g을 얹어 1,200g이라며 두 근 값을 받았다. 발끈한 엄마가 “고장 난 저울에 얹은 고기를 믿을 수 없다”며 따졌으나 후안무치한 주인은 오히려 기세등등했다.
“사기 싫으면 마슈.” 물론 이는 이 글을 쓰기 위함에서의 의도적 발상이다. 소고기 1근은 600g이다. 하지만 이미 눈금을 300g이나 넘게 설정해 놓고 1근 값을 받는다면 과연 뉘라서 이를 인정할까!
저울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이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신뢰성과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특히 법률과 과학, 상업 등에서의 공정한 측정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공정하지 못한 저울은 신뢰를 잃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불공정성이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진다면 보통 사달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에 대한 ‘정치 편향’ 논란이 커지면서 국민적 의구심이 덩달아 풍선처럼 팽창하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교류한 사실로, 이미선 재판관은 친동생인 이상희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은 사실이 문제로 부각됐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정계선 재판관의 남편 황필규 변호사도 구설에 올랐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직후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에 동참하고, 국회 측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 재단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후보자까지 임명한다면 판결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탄핵 찬성' 답을 정해 놓은 그를 재판관에 임명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헌법 위반' 여부로 대통령 탄핵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탄핵에 찬성하는 헌법재판관 숫자를 늘려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명이 찬반 4대 4로 갈려 진영 색깔을 이미 분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국민들도 알고 있는 상식의 범주인 셈이다.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중 5명은 우리법연구회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마은혁 재판관까지 가세한다면 재판관 9명 중 자그마치 6명이 비슷한 성향을 지닌 재판관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장 난 저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