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가 달린 공공근로에 나가려면
작성일 : 2025-03-11 07:27 수정일 : 2025-03-11 12:12 작성자 : [대전= 더뉴스라인] 홍경석 기자 (casj007@naver.com)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FAST FOOD 쫓기는 사람처럼 시곗바늘 보면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경적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THIS IS THE CITY LIFE~”
1992년에 발표한 넥스트(N.EX.T) 신해철의 <도시인>이라는 노래다. 바쁜 도시인의 일상을 단숨에 보여주고 있다. 내가 요즘 딱 그렇다. 새벽부터 일어나 공공근로에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
오전 8시 전에 일할 현장에 도착한다. 정오에 일을 마치면 귀가하여 점심을 먹는다. 이어선 밀린 취재 및 내가 소속된 언론에 취재기 및 칼럼을 올린다. 시간은 저벅저벅 흘러 오후 4시가 가까워져 온다.
이젠 더욱 서둘러야 한다.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102번 버스에 오른 뒤 우송대학교 서 캠퍼스에 하차한다. 대전시립중학교는 걸어서 10분 안에 도착한다. 내가 공부할 1학년 3반 교실에 올라간다.
교실 입구 사물함에서 오늘 배울 과목의 교과서를 챙긴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급우들에게 인사부터 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잠시 후 우리에게 주경야독(晝耕夜讀)의 공부를 지도할 선생님께서 들어오신다. 임시 반장이 벌떡 일어선다. “공수”, “선생님께 인사”, “안녕하세요?” 순(順)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수(拱手)는 절을 하거나 웃어른을 모실 때, 두 손을 앞으로 모아 포개어 잡음을 뜻한다. 또는 그런 자세로써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놓고, 여자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놓는다.
그렇게 정중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그런 수순으로 어젯밤에는 음악과 정보, 역사까지 배웠다. 수업을 마친 시간은 21시 30분.
급우들과 작별한 뒤 귀가하니 밤 10시 반이다. 피로가 밀물로 닥쳐온다. 글을 더 쓸 게 있으나 내일로 미뤘다. 생계가 달린 공공근로에 나가려면 최소한 내일 새벽 5시 전에는 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3월부터 대전시립중학교 야간반 공부를 시작했다. 주경야독을 하려니 사실 힘들다. 그러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신해철의 노래가 이어진다.
“...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 거야...” 그렇다. 나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급우 29명 역시 주경야독이 힘든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도 필시 나와 같은 만학의 기쁨을 맛보고자 하는 열정과 결의가 숨어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오늘은 수학과 한문, 중국어와 영어까지 배운다. 벌써 공부할 저녁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