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대수종의 보고(寶庫) ‘거림 수목원’을 찾아가다

작성일 : 2025-03-15 10:57 수정일 : 2025-03-15 11:14 작성자 : 김용복 기자 (kyb1105@hanmail.net)

염재균/수필가

 

2025년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이 출발한 지도 2개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건강을 위한 '약초 건강 여행'이 건강과 맑은 정신에 좋을 거라 생각되어 가입한 지도 6개월이 넘었다.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데 늘어나는 것은 깊은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뿐인 노년의 모습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한다.

 

따라서 건강하지 못하면 자신이 처한 현실 부정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상실되어 정신이 피폐해져 나락의 길로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약초 건강 여행은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하려는 욕구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실시하는 약초 건강 여행은 현대용 교수님과 인연을 맺은 분들과 함께 한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정년퇴임 후 또는, 자식들이 성장한 후 무력감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남녀를 가리지 않고 참여율이 높은 것 같다.

 

3월의 두 번째 화요일(11일)에 전남 고흥의 개인이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난대수종의 보고(寶庫)인 거림(巨林) 수목원으로 간다는 공지를 받았다. 회장과 총무를 비롯한 임원진들의 노력으로 여행은 항상 즐거움으로 넘쳐난다. 오전 7시까지 집결지인 구암역 2번 출구에 지하철을 타고 도착을 했다. 나이를 먹으면 잠이 없다더니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계셨다.

 

모두가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참석하신 분들의 인원 확인이 끝난 후 우리를 태운 전세버스는 오전 7시 5분에 출발했다. 유성 ic로 진입하여 호남 고속도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아직도 겨울 모습이었다. 텅 빈 벌판과 비닐하우스만이 스크린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봄은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를 조금 지나니 아침식사인 찰밥과 김, 그리고 물 2병이 주어졌다. 반찬은 별로 없었지만, 차 안에서 먹으니 별미처럼 느껴진다.

 

우리들에게 인연의 끈을 잇게 한 현대용 교수님의 인사말씀과 회장님의 안내가 이어진다. 수목원까지는 260km로 3시간 30분 정도로 지루하고 힘든 차 안에서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볼 일도 보고 맑은 공기도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비나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대나무 잎들이 싱싱하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고흥은 유자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지금 3월이라 유자를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목적지인 고흥에 다다르자 가로수가 동백나무들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꽃봉오리들을 내밀려고 준비 중으로 활짝 핀 동백꽃은 보이질 않았다.

 

좁은 시골 도로라 더 이상 버스는 가지 못하고 경로당에 주차장에 멈췄다. 참여 인원이 40명이 넘어 무리를 지어 가는 모습이 어릴 적 학창 시절의 소풍 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길 옆으로는 논과 밭에 마늘이 겨울을 이겨내고 푸릇하게 자라는 모습이다. 개울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생을 마감한 누런 갈대들은 바람결에 힘없이 나부끼고 있어 노년의 외로움과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모습과 흡사해 보여 측은한 생각이 든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저수지가 나타났다. 햇살에 일렁이는 물결이 윤슬이 되어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드디어 거림 수목원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난대성 고유 수종이 가득 심어져 있는 광경에 모두들 감탄을 자아낸다.

 

33년간 수목원을 가꾸어 온 농원의 대표인 원장으로부터 농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자세한 설명을 다 얘기할 수는 없으나 몇 가지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 수목원은 1993년 시작하여 33년간 의지와 뚝심으로 일구고 가꾸었다는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고 있기에 많은 지원과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난대수종이란 연평균 기온이 14℃ 이상이고 강수량은 1,300 ~ 1,500mm으로 1월 평균 기온이 0℃ 이상 지역에서 자라는 수목으로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및 남해안(전남, 경남)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공기 정화 식물로는 황칠나무, 아왜나무, 팔손이, 백서향, 다정큼, 돈나무, 모새나무, 죽절초, 모람, 봉의 꼬리 등이다. 난대수종을 활용한 식품 중 원장님 말씀에 따르면, 멀 꿀(쨈, 식용유, 술, 고추장, 효소)과 비자나무(강정, 볶음, 식용유), 황칠나무(술, 차, 음료, 딹백숙, 효소)가 부가가치가 크다고 한다.

 

원장은 우리 일행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농원에 심어져 있는 난대 수종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한때나마 학생의 기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2km의 잘 가꾸어진 숲길 체험에 나섰다. 숲길 옆에는 봄에 제일 먼저 핀다는 노란 복수초가 얼굴을 내밀며 반갑게 웃는 모습이다. 그 옆에는 푸른 맥문동 잎이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이번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 ‘고사성 어반‘에서 같이 배우고 있는 두 분과 교육행정직에서 퇴직한 대선배님과 함께 해서 더욱더 좋은 같다. 숲속 둘레 길을 걷다 보니 감기에 걸린 것 같은 코가 자연의 깨끗한 공기로 인해 다 나은 기분이 든다. 비자나무가 있는 군락지를 지나며 주목나무와 다른 점을 알려 준다. 비자나무 잎에서는 향이 나지만, 주목나무에서는 향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나무가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항균 물질이다. 스트레스 해소, 심폐기능 강화, 살균작용의 효과가 있으며 아토피를 유발하는 집 먼지 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한다. 공기를 정화시켜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숲속에서 삼림욕을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모든 나무의 피톤치드는 살아있는 나무에서만 나온다.

 

'피톤(phyton)'은 '식물'이라는 뜻이고, '치드(cide)'는 죽인다는 뜻이다. 식물이 자기만의 번식을 위해 주변의 다른 식물을 죽이기 위해서 내뿜는 정유(테르펜)가 '피톤치드'이다. 이것이 편백나무 피톤치드의 ‘불편한 진실’이다.

 

나무의 목질부 중 수피는 외부 곤충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유일한 방어벽이다. 이 방어벽이 가끔 뚫리니까 외부 균들이 원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생존 차원에서 단체로 뿜어내는 것이 피톤치드이다. 이 피톤치드는 테르펜이라는 수증기 형태의 휘발성 물질로 나무의 잎에서 기공을 통하여 나온다. 살아있는 나무가 목재로 사용되려면 나무가 베어지고, 운반되고, 자연 건조되고, 제재·가공되는 과정이 보통 2년이 걸린다. 잎도 없이 바짝 건조된, 그것도 벌목한 지 2년이나 되는 편백나무 목재에서 피톤치드가 나온다는 것은 기적의 나무이거나 과학을 조롱하는 미친 나무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편백나무 목재로 지은 집에 가거나 편백나무 목재를 사용한 베개, 도마, 장롱 등에서 피톤치드가 나온다는 말을 사실로 믿고 있는 건 목재에서 나는 향을 피톤치드로 오인하기 때문이란다. 그건 심재나 변재 속에 남아 있는 송진 형태의 오일 냄새일 뿐이고, 편백나무 목재는 좋은 목재로서 자연친화적인 건축자재에 해당한다.

 

향은 잣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등 침엽수가 많이 내뿜는다고 한다. 이를 추출한 다음 농축해 방향제 ‘아로마 오일’이란 이름으로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편백나무는 건축재로 가장 비싸며, 제재소에서 나오는 칩이나 나무 쪼가리는 베갯속으로, 목침으로 쓰인다. 톱밥은 효소찜질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피톤치드 삼림욕이 반드시 사람 몸에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칫 오존의 농도가 높을 경우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 좋은 향이 몸에 이롭고 나쁜 냄새가 반드시 몸에 해로운 것도 아니다. 쓴 것이 약이 된다는 것도 거짓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사자성어와 함께 ‘발암물질’ 누명을 쓴 사카린에서 보듯이 어설픈 건강 전문가에 놀아나지 말았으면 한다. 

 

여행의 백미는 먹는 즐거움이다. 원장님 부부가 정성으로 키운 황칠나무 백숙과 멀 꿀로 담근 술과 황칠주로 점심 식사를 하니 모두가 웃음꽃이 만발한다. 의지의 임업 경영인이 가꾸어 놓은 난대수종의 수목원에서 함께 한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자연과의 대화였다고 생각한다. 다음 달인 4월에 가기로 한 약초 건강 여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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