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반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

작성일 : 2025-03-16 07:44 수정일 : 2025-03-16 08:14 작성자 : [대전= 더뉴스라인] 홍경석 기자 (casj007@naver.com)

▶ 교실의 내 책상에서

 

이번 주엔 내가 다시는 학교에서 반장 선거가 있다. 나는 여기에 출사표를 던질 생각이다. 다음은 이를 겨냥하여 오늘 새벽에 정리한 나름의 사자후다. 제목은 [‘95년생청년이 앞장서겠습니다]이다.

 

- “친애하는 우리 1학년 3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기호 ( )번 홍경석입니다. 우리 반에는 저와 비슷한 연령도 계시지만 선배님이 더 많으시며 후배님도 일부 보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지독한 가난과 가정의 불우함 등으로 말미암아 중학교조차 진학하지 못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53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랬던 제가 올해부터 여기 대전시립중학교에 다니게 된 까닭은 평소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모 대학교 교수님의 자별한 관심과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작년 102일 오전에 입학 등록을 할 당시, 달랑 하나 남은 자리에 가까스로 입학을 허락받으면서 뛸 듯이 기뻐했던 날이 떠오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뼈저리게 경험하셨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은 고생길이 훤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지요.

 

▶ 영어, 중국어, 한문, 수학 교과서

 

 

그동안 저는 비정규직, 계약직, 판매직, 경비원, 일시적 공공근로 등 그야말로 그늘지고 소외된 직업을 전전하며 잡초처럼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는 명언과 만나게 되면서 마음을 확 바꿨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치열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지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그동안 만 권 이상의 책을 봤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는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 하필여유신(下筆如有神)`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것은 책 만 권을 읽으면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라는 뜻이죠. 그 말에 부합되게 저는 20년 전부터 기자로 글을 쓰고 있으며, 일곱 권의 책을 발간한 작가까지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곳의 소문난 문학단체에서 홍보 위원장 등의 요직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저를 만나서 작가가 된 분도 여럿 계십니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 우리 1학년 3반 여러분들을 장차 모두 작가로 만들어 드릴 생각입니다! (공저 내 인생 최고의 약속보여주면서)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죠. 저는 책을 잘 만드는 자타공인의 책 박사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虎死留皮,호사유피)지만 사람은 책이라도 남겨야 합니다. 책은 제2의 성공 명함입니다. 또한 책을 내면 가족들이 더 좋아하며 심지어 존경까지 하게 됩니다.

 

▶ 교탁에서 바라본 교실 내부

 

저는 올해 59년생으로 ‘6학년 6입니다. 하지만 평소의 제 마음가짐은 거꾸로 95년생이라고 믿으며 열정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95년생이면 이제 겨우 서른 살의 푸르른 청춘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아직도 건강한 청년입니다. 이 기운찬 청년이 앞장서겠습니다. 저에게 반장의 기회를 주시면 우리 반을 가족처럼 화목한 교실로 만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를 녹음해 보니 약 4분이 소요되었다.

 

토요일인 어제도 동아리 활동 참여 목적으로 학교에 갔다. 귀가하여 아내에게 반장 선거에 나갈 다짐을 피력했다. 그러자 아내는 반장은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이 많다며 반대했다.

 

예상 안 했던 건 아니었지만 기분이 상했다. “당신은 왜 내가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반대하는 거야?” 그러자 금세 꼬리를 내리는 아내였다.

 

아무튼 나는 반장 선거에 나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은 밤 열 시를 넘기기 일쑤, 사진은 집 근처의 초고층 주상복합 APT인데 베스트셀러 책 만들어 저기 들어가 사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