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대비할 수 있는 질병이다
작성일 : 2025-03-23 10:17 수정일 : 2025-03-23 10:4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인류의 역사 속에서 치매(癡呆)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다. 비록 현대적 의미의 정의나 명칭은 없었지만, 고대부터 많은 기록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2000년경, 이미 고대 이집트인들은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 현상을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기원전 2500년경의 이집트 재상이자 철학자였던 피타 호테프(Ptah-hotep)는 한 노인의 상태를 기록하며 매일 밤 점점 더 어린아이처럼 변해간다"라는 글을 남겼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도 치매와 관련된 기록들이 남아있다.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70~495)는 노년기를 정신과 육체의 쇠퇴기로 보았으며, 일부 노인들의 인지 능력이 유아기 수준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관찰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기원전 460~370)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지장애가 뇌 손상과 연관되어 있다는 선구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플라톤 역시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신 기능의 저하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것이 치매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세 시대에는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을 '정신적 고통'으로 여겼으며, 많은 이들이 이를 신의 뜻이나 마법의 결과로 해석했다.
1486년, 로마 가톨릭교회 도미니쿠스 수도회의 사제인 하인리히 크래머와 야코프 슈프렝거가 [마녀의 망치]를 출간했다. 이 책은 교황 인노첸시오 8세의 인준을 받은 마녀사냥 지침서로, 마녀를 식별하는 기준과 재판 및 형의 집행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책이 등장한 후, 마녀사냥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화형을 당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마녀의 망치』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마녀로 지목된 이들은 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특히 편집증, 조현병, 뇌전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여성들이 많았다. 단순히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중세 유럽 곳곳에서 화형당하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치매'를 의미하는 '디멘시아dementia'라는 용어가 역사상 처음 등장한 것은 서기 600년경이었다.
스페인 세비야의 대주교였던 성 이시도르가 자신의 저서 「어원학Etymologiae』에서 'dementia'라는 단어를 최초로 기록했다.
'치매'라는 용어는 19세기 후반, 일본의 개화기에 정신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쿠레 슈우조가 라틴어 의학용어 "dementia'의 어원을 반영하여 '치매'라는 한자로 번역하면서 시작되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같은 한자도 나라마다 다르게 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일본에서는 '치호', 중국에서는 '츠다이'로 발음한다.
치매라는 단어는 어리석을 치와 어리석을 매우로 구성되어 부정적 의미가 중복되어 있다. 일본은 2004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치매'라는 용어를 공식 용어에서 제외했다.
이는 이 한자어가 지닌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치매 환자들이 차별을 받는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일본은 국민 공모를 통해 '인증'을 새로운 공식 용어로 채택했고, 정부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 용어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본에서는 인지증이 더 이상 숨겨야 할 가족의 질병이 아닌,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노인성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간 『뇌를 알면 150세까지 준비할 수 있다』(저자: 이웅경, 류신영 & 발행처: 도서출판 SUN)는 치매를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는 질병으로 바라보도록 돕는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을 제시하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까지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