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와 어머니
작성일 : 2025-04-06 15:31 수정일 : 2025-04-06 18:2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
1983년에 발표한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다. 고등엇과의 바닷물고기인 고등어는 몸은 기름지고 통통하며 등에 녹색을 띤 검은색 물결무늬가 있고 배는 은백색이다. 생후 2년이면 몸의 길이가 40cm 정도의 성어가 된다.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지금은 살기가 좋아져서 언제든 고등어를 먹을 수 있다. 심지어 산 고등어를 회로 먹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 못사는 사람은 고등어조차 먹기 힘들었다. 김창완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는 화자(話者)가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화자가 딸인지 아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고급(!) 생선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는 모습에서 화자는 그만 감격한다. 아울러 화자는 자신을 위하여 음식에도 정성을 다 하고 있는 어머니를 새삼 사랑하고 있음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참 바보라며 울먹거린다. 사전적 의미로 ‘바보’는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을 욕하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논하는 바보는 결코 그런 장르가 아니다. ‘딸 바보’가 딸 앞에서 바보가 될 정도로 딸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나 아빠를 이르는 말이듯 너무나 어머니를 좋아하는 자녀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연과 곡절이 존재한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 역시 천차만별일 것이다. 나는 실로 불행하게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나의 생후 첫돌쯤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부재는 나를 극도의 ‘왕따’ 트라우마 환자로 몰고 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더 했다. 원인은 공부를 너무나 잘했다는 것!
“엄마도 없는 놈이 늘 1등 한다면서?” 심지어 일부러 나를 보려고 학교까지 오신 급우 어머니도 있었다. 반장 자리를 놓고 다툴 때는 경쟁 상대인 급우의 부자 어머니가 나를 자신의 집까지 데려간 적도 있었다.
일종의 시위(示威)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반장 자리는 그 억척 엄마 아들에게 넘어갔다. 50년도 더 된 까마득한 과거지만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제, 횟집에서 먹다 남은 고등어구이를 싸주었다. 그걸 오늘 점심에 먹는데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다. 시커멓게 탄 고등어는 그 시절 어머니가 없어서 겪어야만 했던 극심한 고통 투성이인 나의 속과 같았다고 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이제는 저세상에 계실 것으로 추측되는 어머니는 거기서도 고등어구이를 드시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