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미 시인/ 다비茶毘

감성채움 詩 - 다비茶毘 / 박소미 시인

작성일 : 2025-04-20 12:36 수정일 : 2025-04-20 15:55 작성자 : 이정선 (lee5373@hanmail.net)

 

 

감성 채움 詩 - 박소미 시인

 

 

    다비 茶毘

 

                   박 소 미

 

 

아버지가 불의 목구멍을 넘어가고 있다

가슴속 누름돌과 천불이 몸을 섞는다

심장이 타들어가고 경첩 박힌 허리와 울대를 불의 혀가 핥는다

혼기 놓친 딸의 가슴에도 벌불 이는가

놀란 그처럼 불 머리가 치솟는다

 

불길에 들어 앉아 모래시계 뒤집어놓고

당신은 점점 모래알을 닮아가고 있다

모래알은 나를 헤아리고 있다

 

우리는 슬픔의 결 따라 오리 떼처럼 간다

식어가는 허기를 끌고 한 끼 데우러 간다

곰탕집 지붕에 햇발 들끓고, 영각 소리 졸아들고 있다

 

찬물 바가지 무쇠 솥뚜껑에 붓는다

불 보다 먼저 땀 흘리던 당신의 지청구가 뿌옇다

소 등목 시키던 투가리 같은 손이

뒷머리를 쓰다듬었던가

 

서늘하다, 이마저도 당신 걱정이 타고 남은 것이라면

 

마지막 고요까지 눌어붙은 얼룩이 눈물로 남는다

잉걸불에도 삭지 않은 다섯 과(顆),

틀니와 척추에 박힌 철심들이 계를 이룬다

몸이 쓰고 남은 이문들이다

 

나는 논두렁에 앉아 겻불 같은 아버지를 쬔다

여백이 깊다 이마저도 미련이라면

더 잘게 바숴야 할 것들인가

 

저녁놀이 운구처럼 빈 논을 넘어가고 있다

 

 

 

[ 박소미 시인 약력 ]

 

202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목포문학상 본상

김포문학상 우수상

장애인 문학상 수상

(반딧불이) 동인 공저: «우리들의 겨울» «바퀴벌레조차 귀여울 때가 있을까»

«척‹尺›» «시차여행»: «꽃을 매장하다» «무화과 서약»이 있다

 

 

 

             - 박소미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