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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영 논설위원 / 현 대학교수 |
대법관 탄핵하겠다는 사법농단, 개선의여지 없으면 자유민주주의는 붕괴
사법농단이 부르는 자유민주주의 붕괴, 사법부가 제 기능을 상실하면, 그 사회는 부정부패가 판치는 무법천지가 된다. 법이 무너진 자리에 두려움과 불안이 들어서고, 국민은 공포 속에 살아가야 한다.
최근 정치권을 둘러싼 사법농단 논란을 지켜보며, 필자는 문득 과거의 어두웠던 시대가 떠올랐다.
1980~90년대, 대한민국은 극심한 사회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하교하던 여학생이 실종되고, 귀가하던 직장 여성이 행방불명되며, 시장에 나섰던 주부가 봉고차에 납치되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부모들은 실종된 자녀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들고 전국을 헤맸고, 끝내 병을 얻어 숨지는 일도 허다했다. 이는 전두환 정권의 야간통행 금지와 무분별한 서비스 산업 확장으로 발생한 사회적 참사였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기술의 발전으로 CCTV와 방범 카메라가 설치되어 과거와 같은 인신매매 사건은 줄었지만, 이제는 사법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 법치주의가 흔들리는 현실은 오히려 더 심각한 공포를 낳는다.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무력화되면 범죄자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일부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여기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만약 그가 무죄라면, 앞으로 누가 죄를 자백하겠는가?”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어떻게 판결을 받아야 하나?”라는 물음은 사법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후보 수사를 진행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검사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들은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뒤 불과 2개월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정치적 압박 속에 흔들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여기에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사법부가 스스로 그 기능을 포기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부정을 저질러도 사법부의 비호를 받는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전제로 한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대전제가 무너진다면, 이는 곧 자유민주주의의 붕괴를 의미한다. 지금과 같은 사법농단이 지속된다면, 사법부는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리는 셈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대법원을 없애고 새로운 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법부가 제 기능을 잃는 순간, 나라 곳곳에서 불법이 자행된다. 이 사태를 외면하지 말고, 다시금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헌법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사법부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