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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영 논설위원 / 현 대학교수 |
"어린이 법관놀이보다 못한 대법관 – 유권자의 씁쓸한 자화상"
어린이집에서는 교육의 일환으로 죄를 지으면 곤장을 맞는 법관놀이를 한다. 물론 상징적인 연출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 현실을 보면 이 ‘유치한 법관놀이’보다 못한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헌법 제84조는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 하나를 방패 삼아, 파기환송된 공소장조차 2심 재판부는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선거가 끝난 뒤에야 재심하겠다는 안내를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죄를 지은 자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법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무서운 신호를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
국부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인성과 품격은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형수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이 SNS와 유튜브를 타고 밥상머리까지 흘러들어오는 이 현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어린 손자들 앞에서 휴대폰을 황급히 끄는 일상이 참담하다.
그런 인물을 옹호하며 유세장을 누비는 거대 야당의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자존심을 잃고 ‘의원 배지’ 하나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듯한 정치인의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배웠건만, 망측한 언행이 허다한 이들을 ‘대통령감’이라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이 비극적이다.
한 언론인은 특정 후보를 ‘스탈린과 닮은 지도자’라 표현했다. 과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엔 국민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읽을 수 있다. 이재명 포비아(Lee-phobia)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이 불안의 정체를 설명해줄 답을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국민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설명하고, 결코 독재자가 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이는 비단 전략이 아닌 ‘책임’이다. TV토론 등 공식 석상에서 그런 입장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국민의 불안을 덜 수 있다.
선거는 축제라 했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기쁨과 기대가 있어야 할 시점에, 많은 유권자들이 이민을 고민하거나 숨죽인 채 살아야 한다는 절망을 토로한다면, 그건 민주주의의 위기다.
진정한 대통령 깜은 누가 더 많은 공약을 외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먼저 유권자의 마음을 읽고 그 불안을 어루만질 수 있느냐다. 그저 표를 얻기 위한 쇼가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를 되살리는 진정성의 정치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