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 가면은 금세 들통난다

양심 불량의 정치인들에 개탄

작성일 : 2025-06-01 09:24 수정일 : 2025-06-01 10:32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 로마 시내, ‘카피톨리누스 언덕’

 

로마 공화국의 법률상 가장 심각한 범죄는 스스로 왕위에 앉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이었다.

 

귀족이자 군사 영웅이었던 마커스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는 기원전 385년에 왕위를 차지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고, 이듬해에 절벽에서 던져지는 전통적인 형벌에 처해졌다.

 

만리우스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낮은 계급의 평민을 동정하고 그들 편에 섰다. 그는 가난한 이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군사적인 성공으로 이룬 로마의 부를 대대적으로 나눠주고자 하는 뜻을 펼치기 위해 권력의 길을 모색했다.

 

만리우스는 먼저 기원전 392년에 로마의 두 총통 중 하나로 선출되는 명예를 얻었고, 2년 뒤 갈리아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로마의 방어군을 이끌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로마 방어군은 갈리아 군에 밀려 카피톨리누스 언덕 위까지 후퇴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적군이 보초들을 피해 몰래 언덕 위로 올라왔는데 거위 떼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만리우스로 인해 결국 퇴각했다. 그는 도시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카피톨리누스라는 성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승리를 이룬 카피톨리누스는 참전용사들이 부채에 허덕이는 것을 보면서 몹시 분노했다. 그는 사비를 털어 400여 명에 이르는 로마인의 부채를 갚아주었고 어떤 사람에게는 재판을 통해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원로원이 그를 체포했으나 대중의 시위에 못 이겨 풀어준 일도 있었다. 기원전 385년 그가 재판에 넘겨졌을 때, 피고가 과거에 로마를 위해 했던 일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는 장소인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그늘에서 법정이 열렸다.

 

재판관은 그가 위대한 승리를 이룬 장소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재판이 열리기 전까지 판결을 거부했다. 결국 유죄 판결을 받은 그는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타르페아 절벽에서 던져졌다. ([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 인물편] P.47)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이 발의했던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가능 법안'526일 철회했다.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철회를 권고한 당일 곧바로 법안을 철회한 것이다.

 

박 의원과 공동 발의 의원들은 이날 자신들이 발의했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날 오전 당 선대위는 공지를 통해 "박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대법관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법안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김어준 같은 사람들을 대법관 시켜서 국민을 재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025.5.26. 한경)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카르텔' 해체를 위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던 까닭은 자명하다. 자당에 유리한 법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박범계 의원이 발의했던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 내용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을 최대 30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겼었다. 고위 엘리트 법관 중심의 대법관 구성을 다원화해 '사법 카르텔'을 해체하고 과중한 대법원 업무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자격을 판사·검사·변호사나 변호사 출신 공공기관 법률 담당자, 변호사 출신 법학 교수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이들은 각 직역에서 20년 이상 재직해야 임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대법관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란 항목을 추가시켰다.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변호사 자격 없이도 대법관에 임용될 수 있었다.

 

개정안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면서 이 가운데 최대 3분의 110명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인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대법관 증원에 대해 "사회적 다양성과 변화의 흐름을 판결에 반영하고 대법원의 신뢰를 제고할 것"이라며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와 재판청구권 보장,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 필자 의견) 한편 해외 선진국은 대체로 대법관 자격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최소 15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 독일은 법관 자격이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

 

미국은 대법관 자격을 헌법이나 법률에 따로 명시하지 않지만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대법관이 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25.5.23., JIBS 뉴스)

 

언제 또 들이밀지 모를 제2의 박범계 발()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가능 법안'을 정치권력의 '법조계 손보기'라는 비판까지 나왔던 것은 당연한 발견의 지적이었다.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가능 법안'은 예컨대 고되고 가파른 등산 중에 요행스레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샘물을 만나 자신은 갈증까지 풀었으나 정작 뒤에 와서 먹을 사람 몫을 훼손할 작정에 그 샘물을 아예 없애려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그러니까 이쯤 되면 마치 흑묘(黑猫, 검은 고양이)를 흑돼지라며 속여서 판 양심불량의 푸줏간 주인과 무엇이 다를까. 큼직한 체구의 흑돼지는 먹을 거라도 있지만 흑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아예 먹을 수조차 없다.

 

위에서 소개한 만리우스는 사비를 털어 400여 명에 이르는 로마인의 부채를 갚아줄 정도의 의인(義人)이었지만 당시의 불공정한 재판은 그를 무지막지하게 타르페아 절벽에서 던져 비참한 최후를 맞게 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무자비하다지만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국민을 졸()로 알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런 일을 벌일 수 없거늘. 위선의 가면은 금세 들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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