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내 반대 세력, 野 견제 수단 전무
작성일 : 2025-06-04 06:59 수정일 : 2025-06-04 07:13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이번 조기 대선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대통령 파면에 따라 치러졌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헌법적 심판에 이은 정치적 심판의 성격을 피할 수 없는 선거였다. ‘내란 극복’을 내건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시대착오적 계엄령에 훼손됐던 민주주의는 이제 꼭 6개월 만에 민주적 회복을 위한 중요한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정상화, 복원의 마무리를 의미하진 않는다. 온전한 치유를 위해 이제 막 시동 걸기를 마친 것일 뿐이다.
절제와 포용으로 ‘정치 복원’부터
이 대통령은 선거전 내내 “반쪽에 의지해 나머지 반쪽을 탄압하고 편 가르는 ‘반통령’이 아닌,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 가까운 국민의 불신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국회 권력에 행정부 권력까지 쥔 터에 사법부마저 장악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은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철저한 단죄를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적폐 청산’ 시즌2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대통령은 더 이상 야당의 수장도, 지지 세력의 대표자도 아니다.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 국정 최고책임자다. 그 권력은 막강하고 제어하기 힘들어 잘못 다루면 위험해진다. 법치에 토대를 둔 절제된 권력 행사, 즉 자제와 포용의 정치 없이는 독단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불행한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다. 그런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제1의 덕목일 것이다.
제동 장치 없는 거대 정권… 입법 독주·사법부 물갈이 다 가능해져
정치권 관계자는 “앞서 몇몇 정부도 여대야소(與大野小) 상태에서 국정을 운영했지만, 이재명 정부의 힘은 그중 가장 강력할 것”이라며 “의석수도 많지만, 민주당 내 이 대통령의 반대파라 불릴 만한 세력, 야당의 견제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여대야소로 출발했지만, 의석수는 153~163석 수준이었다. 또 여당 내 여러 계파가 상존하면서 당정이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한 적이 많았다. 반면 현 민주당은 ‘반명(反明)’ 내지 ‘비명(非明)’계로 불릴 만한 세력은 사실상 소멸한 상태다. 이 대통령이 오랫동안 당권을 행사하면서 친명(親明)계 위주로 당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이재명표’ 법안 단독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섰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당정의 의견이 일치하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그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통령 공식 취임 하루 뒤인 5일부터 국회를 열겠다며 ‘6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재판을 정지시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가능케 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의 처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법 개정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감사원 역시 개헌을 통해 국회 소속에 둔다는 개헌안도 제안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정기관인데, 국회 산하에 편입됨으로써 다수 여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이 유지된다면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입법·사법·행정 3권은 물론 지방 권력까지 여당이 가져가면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절대 권력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 권력이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가장 강력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독주를 하게 되면 반작용이 있을 것이고, 이를 어떻게 잘 해결해 나가느냐가 이재명 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는 그런 절제와 포용이 사라진 극단적 권력 정치의 부산물이다. 편견과 혐오, 분열과 반감을 먹고사는 정파적 양극화의 해소 없이 안팎의 국가적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 귀를 열고 반대자의 목소리부터 듣고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 대통령을 찍지 않은 국민 절반의 협력, 아니 최소한 이해라도 얻어야 한 걸음이라도 국정의 전진을 이뤄낼 수 있고 온전한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늘 곧바로 취임해 임기를 시작한다. ‘권불 5년’이라지만 5년은 뭔가를 이루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고, 뭐든 망치기엔 하염없이 긴 시간이다. 무엇보다 과욕은 절대 피해야 할 함정이다. 역사에는 의욕에 넘쳐 잘못된 선택을 했던 지도자의 실패가 무수히 각인돼 있다.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내수 부진과 미국발(發) 관세 파고라는 이중 악재 속에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새 정부의 첫 경제적 도전은 한미 통상 협상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다음 달 8일을 마감일로 정해 놨다. 일각에선 우리 사정을 설명해 기한을 늘리자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치욕적 별명에 바짝 독이 오른 트럼프에게 어설프게 예외 인정을 요구하다간 협상도 못 해보고 ‘한국 관세율 OO%’라 적힌 일방적 통지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7월 중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도 민감하다. 노동계는 2024년 2.5%, 올해 1.7% 등 낮게 정해진 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에 불만이 많다. 문제는 2년 만에 30% 가까이 최저임금을 올린 문 정부 초기처럼 가파르게 올렸다간 550만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내몰린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들이 약속한 대로 30조 원 넘는 ‘2차 추경’을 편성해 자영업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현금을 꽂아줄 경우의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최저임금 부담은 영구적이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제’까지 속도를 높인다면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의 불만은 폭증할 것이다.
정년 연장은 새 정부의 최대 노동 현안이다. 60세인 법적 정년을 임금 삭감 없이 5년 늘리자는 게 노동계 요구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노총과 ‘연내 65세 정년 연장 입법 추진’을 위한 정책 협약까지 맺었다. 대기업, 공기업의 중장년 근로자는 반색하겠지만 임금 부담이 커지는 기업들은 당장 청년고용을 줄일 것이다. 이 문제를 서투르게 다뤘다간 새 정부는 임기 내내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세대 갈등 격화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5년의 종합성적은 성장률과 일자리로 매겨진다.이재명은 잠재성장률 3% 회복을 약속했다. 대기업의 수출에 크게 좌우되는 한국의 성장률 제고는 대기업의 수익성, 미래 가치를 높인다는 말과 동의어나 다름없다. 작년 한국의 상위 10대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13%로 미국 10대 기업 이익률 3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관세전쟁과 경쟁국 중국의 약진으로 수익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 개미투자자 의견을 들어가며 기업을 경영하라는 상법 개정, 원청 대기업 상대로 하청업체가 파업할 수 있게 하는 노란봉투법 등의 입법이 현실화한다면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이런 경제 현안에 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유권자 하나하나가 관심을 갖고, 결과를 정확히 기억해 둬야만 5년 뒤엔 더 현명하게 정부를 고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