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는 억울하다!

언어와 표현의 변천사 단상

작성일 : 2025-06-06 09:42 수정일 : 2025-06-06 13:0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 필자가 공부하는 교실 모습

 

학교에서 국어 시간의 일이다. 주꾸미를 쭈꾸미로 표기하고 주문하는 식당과 사람(손님)이 여전히 압도적인 현상을 내가 지적했다. 국어선생님도 동의했지만, 급우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꾸미'는 해산물인 문어과의 연체동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주꾸미와 쭈꾸미의 두 단어는 발음의 차이로 인해 혼용되지만, 표준어는 '주꾸미'.

 

주꾸미는 몸길이 약 20~30cm, 옅은 회갈색의 몸에 다리는 길고 빨판이 있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지의 연안에서 서식하며, 특히 서해에서 많이 잡힌다. 산란기는 3월이며, 제철은 3월부터 5월까지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알이 가득 차 있어 더욱 맛있다. 주꾸미는 매운 고추장 양념에 볶아 먹는 경우가 많으며, 샤부샤부(syabusyabu)로도 즐긴다. 냉동 주꾸미는 해동 후 손질하여 데치거나 볶음 요리로 활용한다.

 

많이 여의였구나! 주경야독하느라 힘들지?” 어제는 절친한 친구가 찾아와 염소 고기를 사줬다. 시종일관 밝은 미소의 식당 사모님과 서빙하시는 아주머니의 친절도 백 점이었다.

 

지금은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 종업원에게 예전처럼 식모내지 찬모라고 부르면 큰일 난다. 그럼, 그 까닭은 무엇일까. 언어와 표현의 변천사 차원에서 살펴본다.

 

[조선의 밥상](김성보 저)에 이런 구절이 눈에 밟힌다. = “(조선시대에는 부잣집에서) 대개 밥을 하거나 장 담그고 반찬을 만드는 여자종을 식모라 불렀으며 반찬 만드는 여자종을 찬모라고도 하였다.”(P.41) =

 

▶ 바람이 불어도 날아갈 정도로 말랐으니, 친구가 와서 염소 고기까지 사줄밖에

 

이 책에서는 또한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당시 위상까지 고찰하고 있다. 해남 윤씨 가문은 고려 말기부터 해남과 강진 지역에 터전을 잡았으며, 16세기에 이르러서는 호남 제일의 부자라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윤선도의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이미 당대의 갑부였다고 한다. = “윤선도는 양부와 생부로부터 660구가 넘는 노비를 상속받아 해남 연동을 세거지로 하여 2,300 마지기의 광대한 농지를 경영했다.”(P.40) =

 

참고로 마지기는 논밭 넓이의 단위를 의미한다. 한 마지기는 볍씨 한 말의 모 또는 씨앗을 심을 만한 넓이로, 지방마다 다르나 논은 약 150~300, 밭은 약 100평 정도이다.

 

따라서 이를 논으로 환산(300)할 때 무려 69만 평이나 되는 광대한 영역까지 자랑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고산은 당대에도 손꼽히는 부유한 가문의 후손으로서 경제적으로 매우 안정된 삶을 영위했던 것이다.

 

언젠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식당에는 이모님이 계시고 미용실에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말이 돈다고 했다. 우리가 식당 종업원에게 사용하는 호칭 또한 변천의 과정을 겪었다.

 

부르는 사람에 따라 여기요, 저기요, 아저씨, 사장님, 언니, 이모 등 매우 다양한 호칭을 사용하고 있음이 이의 방증이다. 어쨌든 종업원은 고객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 하나에도 자존감이 높아진다.

 

높은 자존감은 업무를 보다 즐겁게 하고 결과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지금도 식당에 가서 종업원에게 무식하게 식모혹은 내지 찬모라고 부르면 미개인이라며 욕을 먹기 십상이다.

 

아울러 강조한다. 식당 사장님이든 손님이든 이제라도 주꾸미를 제발 쭈꾸미라고 호칭하지 말자. 식당의 차림표에서도 수정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