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다. 이 말처럼 부조리한 현실이 또 있을까?
때린 사람이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고 한다.
결국 맞은 사람이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그 사회의 법과 정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 중 공직선거법 위반은 유죄 확정 시 대통령직을 내려놓아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오는 18일, 이 항목에 대한 항소심이 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재판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무기한 연기가 됐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12일 헌법 제84조(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를 문제 삼으며 법령 개정을 당 차원에서 의결했다. 문제는 9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가 이재명 방탄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먼저 승인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살인자가 있는데 법을 바꾼다고 무죄가 되지는 않는다. 범죄자가 죄를 벗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회개뿐이다. 회개 없이 법을 고쳐 죄를 덮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죄인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길을 걷다 이유 없이 조직폭력배에게 집단 구타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 때의 죄책감.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의 심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는 기묘한 상황.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민주당원 여부를 떠나 이재명의 혐의는 반드시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권은 오히려 재판을 피하며 대통령직 유지를 위한 정략적 고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당당한 외교를 하려면, 먼저 자신의 혐의부터 정리해야 한다. 세계의 정상들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인정하려면, 그 역시 먼저 국내의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재판을 피해 법을 바꾸려는 시도는 정의를 훼손하고, 결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먼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한 전례가 반복된다면,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낳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정부와 국민이 정말로 이재명의 죄를 덮고 싶다면, 법률 개정이 아닌 대사면과 같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국민통합과 여야 협치를 실현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으로서의 무게를 감당하며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얼굴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얼굴이 일그러지면, 손해는 국민과 기업이 지게 된다. 우리는 한 지붕 세 가족처럼 다른 생각과 이념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길이고, 진정한 법치와 민주주의의 실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