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6-14 06:46 수정일 : 2025-06-14 08:00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파업은 자유, 책임은 원청 몫? … 노란봉투법 급물살에 "면책만 늘리는 개혁 위험“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소속 노조가 원청 기업과도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수차례 거부권이 행사되며 좌절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이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늘 강조해 왔다.
민주당의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의무를 이사에게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기업의 감사 선임 때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통틀어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3% 룰’도 처음 포함시켰다.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에게 복수 의결권을 줘 특정 이사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방안도 담겼다. 특히 기업에 대비할 여유를 주고, 문제가 생기면 조정할 수 있도록 뒀던 1년의 유예기간을 없애 대통령이 법을 공포하는 즉시 시행하겠다고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하청업체 근로자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와만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 기업까지 교섭 대상으로 포함돼 사용자 개념이 대폭 확장된다.
교섭 창구가 급증하면서 분쟁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만 700곳이 넘고, 현대차도 약 350개에 달하는 1차 협력사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노무 리스크 관리와 법률 자문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입법이 취지와 달리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투자 감소, 성장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간 일부 기업의 일방적 ‘쪼개기 상장’, 불합리한 합병 비율 산정 등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여당의 상법 개정안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핀셋 규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임소송 남발을 초래해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의 제조업 약진,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응해 서둘러 기존 사업 구조를 뜯어고치고, 새 성장모델을 구축해야 할 기업들이 인수합병(M&A),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현재 위기를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같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그러나 말과는 달리 다른 선진국에서 선례를 찾기 힘든 상법 개정안은 저성장 탈출을 주도해야 할 우리 기업에 무거운 족쇄를 채우는 일이 될 수 있다. 경제계의 우려가 크고,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국내로 귀환한 기업들이 다시 해외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