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6-17 06:41 수정일 : 2025-06-17 09:28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이번 대선으로 입법과 행정 권력에 사법부 물갈이 권한까지 모두 쥔 전례 없는 절대 권력이 탄생했다. 선하고 지혜로운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힘을 ‘사악한 당’이 갖고 있다. 그런 권력을 견제해야 할 국힘은 당내 계파 싸움엔 의욕적이면서도 여당에 대해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무력감을 호소한다. 여전히 107석을 가진 제1야당, 없는 나라 곳간 털어 지원해준 선거보조금으로 재산을 1200억 원으로 불린 부자당이 할 소린가.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도덕적’이라는 통념도 옛말이다. 보수가 무능함을 보여주고 진보가 도덕성에서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미국에선 공화당은 멍청한 당(stupid party), 민주당은 사악한 당(evil party)이라고 한다. 공화당은 지적 역량이 떨어지고, 민주당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지금 한국 여당과 제1야당에 딱 들어맞는 이분법 같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기어이 사법부를 손볼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선거를 앞두고 이례적인 속도로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자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희대의 난’을 일으킨 책임을 묻겠다며 자진 사퇴와 위법 소지가 다분한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고, 자진 사퇴도 청문회 출석도 거부하자 명확한 범죄 혐의도 없이 ‘조희대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후보 사건에 유죄 의견을 낸 대법관 10명을 탄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법원장 손보기는 민주주의의 토대인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하는 초유의 시도로 독재 국가에서나 일어나는 만행이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시절에 대법원장이 정부의 즉결 처형도 허용하는 범죄자 소탕전과 계엄 선포를 비판하다 탄핵당한 적이 있다. 두테르테는 그 대법원장이 지적했던 반인도적 살상 범죄 혐의로 얼마 전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철권 통치자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사법부 때리기를 집권 가능성이 높은 제1당이 하고 있으니 이런 나라 망신도 없다.
민주당은 일명 ‘이재명 재판 정지법’ ‘4심제 허용법’과 함께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 100명으로 늘리는 대법원 재구성 법안도 내놓았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이라 하지만 정치학 용어로 ‘심판 매수’라 부르는 ‘사법부에 제 사람 심기’ 꼼수다. 근대 사법 체계의 핵심이 통치 권력과 사법 권력의 분리다. 민주당 법안이 통과되면 통치 권력이 입맛대로 사법부를 구성해 두 권력 간 분리가 안 되는 ‘원님 재판’ 시절로 퇴행할 우려가 크다. 경제는 인공지능(AI)으로 가자면서 사법 체계는 왜 조선시대로 돌아가자 하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공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공소청 등을 신설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법안들을 11일 발의했다.
민주당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강준현, 김문수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 및 검찰청법 폐지 관련 입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제 정치 검사와 검찰 독재를 끝내라는 국민의 요구를 완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들이 발의한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 등이다.
해당 법안들은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행전안전부 산하에 중수청,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신설해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각각 담당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해 중수청,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는 내용이다.
우파정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 …
이런 가운데 국민의 힘은 우매한 탓에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배우지 못해 우매함이 더해지니 하는 일마다 실패의 연속이다. 10년도 안 돼 대통령 2명이 탄핵을 당해 쫓겨났고 2016년 20대(새누리당), 2020년 21대(미래통합당), 2024년 22대(국민의힘) 총선에서 내리 참패했다. 40%를 넘긴 이번 대선 득표율을 보고 ‘졌잘싸’ 한다면 오산이다. 이번이 총선이었다면 국힘 의석은 81석으로 개헌 저지선도 뚫렸다. 여당의 ‘부울경’ 지지율이 40% 안팎까지 치고 올라왔고, 4050세대는 여당(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굳어졌다. 선거 결과를 당 색깔로 보여주는 지도는 갈수록 파랗게 변하면서 빨간 지역은 소멸의 길로 빠져드는 추세다.
국민의힘의 멍청함은 6·3 대선에서는 이보다 더 멍청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하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특수성, 대선은 중원 싸움이라는 경험칙을 더하면 윤과 멀고 중도에 가까운 후보를 내세우는 건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윤과 가장 가깝고 중도에서 가장 먼 후보를 뽑았다. 후보 바꿔치기하려고 벌인 소동은 그 불의함과 무능함이 실패 확률 제로라는 친위 쿠데타에도 실패한 옛 1호 당원의 그것과 닮았다. 이길 생각으로 그랬다면 참으로 멍청한 당이다.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대대적인 내부 손질에 돌입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당 해체 수준'의 강도 높은 쇄신이 뒷받침돼야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대선 과정 내내 단일대오나 일사 분란함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을 곱씹어 봐야 한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하더라도 정권 탈환을 위해 단일대오를 구축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해 이 대통령과 당을 도왔다.
반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가 최종 경선에 오르지 못하자 탈당 후 미국으로 떠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거부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하더라도 후보군에 준하는 사람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경선에 나와서 떨어졌다고 탈당하고 이런 것은 우리 정치사에 아주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없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문패만 바꿔 달고 하던 대로 하며 상대가 자빠지는 요행만 바란다면 ‘멍청한 당’이란 욕도 아까운 당이 된다.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하네’ 싶을 만큼 쇄신해야 살길이 열린다. 개혁하지 않으면 개혁당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