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여백’을 둬야 하는 이유
작성일 : 2025-07-04 10:01 수정일 : 2025-07-04 13:58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3월부터 시작한 게 야학(夜學)이다. 오전에는 공공근로에 땀을 흘리고 오후에는 학교에 간다. 17시부터 시작하는 공부는 밤 열 시를 앞두고 마친다.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잔무를 처리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이튿날이면 다시금 새벽 4시에 눈을 뜬다. 이처럼 잠이 부족하고 가뜩이나 약골인 터에 체력에 이어 지력까지 총동원되는 나날이다 보니 몸무게가 2kg 가량 더 빠졌다.
날씬한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고 실천 중인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내가 자못 부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나는 체중이 56kg이다)
그런데 장마까지 역대급으로 최단기간에 소멸된 요즘의 살인적 폭염(그래서 더 더운!)은 기진맥진을 넘어 만사를 ‘귀차니즘’으로 몰고 가는 추세가 역력하다. 이럴 때의 해방구에 있어선 단연 여백(餘白)의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당위성을 얻는다.
마치 물레방아 같은 지루한 삶에서 '여백'을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고 달리는 삶은 정신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가중한다.
여백은 이러한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소진되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백의 시간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정리할 기회를 제공하여, 감정의 기복을 줄이고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바쁜 일상에서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여백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기 생각, 감정, 욕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한다.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정보를 처리할 때보다, 휴식을 취하거나 멍하니 있을 때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여백은 뇌가 정보를 재정렬하고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들도록 돕는다.
오늘은 모 경영대학원 CEO 과정 동기들과의 모임이 있다. 올해 들어 처음 다 모이는 자리인데 공교롭게 만남의 시간이 저녁 6시 반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참석하자면 1교시만 마치고 소위 ‘땡땡이’를 치는 수밖에 없다.
학생이 땡땡이를 치는 건 결코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톱 가수 주현미도 그의 히트곡 [여백]에서 이미 이렇게 누차 강조했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우린 서로 마음이 끌려 (중략) ~ 언제쯤일까 우리 사랑 여백의 끝은 ~”이라고. 오늘의 땡땡이는 내게 있어 또 다른 삶의 ‘여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