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악의 사탕에 몰락

작성일 : 2025-07-06 09:58 수정일 : 2025-07-07 07:50 작성자 : 이천석 기자 (cheonsuk@gmail.com)

【사설】포퓰리즘으로 치장된 독재의 얼굴 — 독재자는 왜 '퍼주기'로 시작하는가?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은 하나같이 ‘국민을 위한 선의’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그들은 임기 초기에 화려한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워 국민의 시선을 끌고, 언론을 장악하며, 정적을 제거한다. 하지만 그 선심은 결국 국민의 돈으로 국민을 속이는 술수일 뿐이며, 그 대가는 언제나 고통과 혼란으로 되돌아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이다. 차베스는 대규모 복지 프로그램,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등을 내세우며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초기에는 석유 호황 덕분에 가능했지만, 국가 재정은 곧 파탄났고, 차베스 사후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식량난, 의료 붕괴라는 재앙을 겪었다. 결국 포퓰리즘은 독재의 디딤돌이었고, 국가 몰락의 지름길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도 유사한 그림자는 반복되어 왔다. 정권 유지에 위기를 느낄 때마다 표를 의식한 무분별한 현금 살포, 각종 공공 일자리 확대, 부실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 등이 자행됐다. 최근 들어 일부 정치인은  ‘전 국민 기본소득’, ‘빚 탕감’, ‘전세금 지원’ 등을 내세우며 자신에 대한 수사나 범죄 혐의는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물타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체제를 유린하고 사법질서를 농락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포퓰리즘은 일시적 달콤함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 훼손과 국가 재정 파탄, 정치적 중독이라는 독이 숨어 있다. 국민은 ‘주는 정치’를 좋아할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그것이 누가 낸 돈인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철저히 배제된다는 데 있다. 포퓰리즘은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을 위한 ‘면죄부 발급기’일 뿐이다.

무책임한 현금 살포는 결국 증세와 국가부채 증가로 귀결된다.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나 구조개혁 없이 퍼주기만 반복하는 정권은, 미래 세대에게 짐을 전가하고 오히려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그리고 그 정치인은 인기와 권력만 챙긴 채, 몰락하는 국가를 뒤로 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정치인은 수사 회피와 이미지 세탁을 위해 국가 재정을 동원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국민은 그 미끼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사탕발림 뒤에 감춰진 권력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차베스, 또 다른 독재자를 우리 손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국민의 권리는 감정이 아니라 판단으로 지켜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무지와 현혹 위에 세워질 수 없다는 진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천석 대기자]

칼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