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7-16 18:24 수정일 : 2025-07-19 23:12 작성자 : 정규영 논설위원 (r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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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영 논설위원/ 교수 공학박사/시인 수필가 평론가 |
【대전=더뉴스라인】정규영 기자=근로자가 ‘갑’이 된 노동 현장, 피눈물 흘리는 업주들
한국의 노동 현장이 이상 기류를 타고 있다. 근로자 중심의 노동정책이 강화되면서 정작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주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다. 정부는 '표'를 의식한 듯 근로자 편에 서고, 근로자들은 정부의 흐름에 춤을 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 4.5일제' 도입 움직임은 그 대표적 사례다.
이재명 정부는 선거 당시 주요 공약으로 ‘주 4.5일제’를 내세웠고, 현재 이를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인 김영훈 전 민노총 위원장조차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월급은 그대로, 일은 덜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왔다니, 싫다고 할 직장인이 몇이나 있을까?
물론 한국의 노동시간이 긴 것은 사실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57시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생산성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33위다. 같은 시간 일해도 다른 나라보다 성과가 적게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근로시간만 줄인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필연적으로 약화된다. 이는 결국 근로자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개별 노사가 자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럽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거나 야간·주말 근로를 하는 비율이 우리보다 높다. 독일은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이지만 6개월 평균을 맞추면 되기에 훨씬 융통성 있게 운영된다. 반면 한국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고정시켜 일감이 없는 날에도 억지로 시간을 채우고, 일이 몰리는 날에는 고율의 수당을 감수해야 한다.
계룡에서 가내공업을 운영하는 김 모(68) 씨는 직원 3명과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일감이 없어도 근로시간이 고정되어 직원들이 잡담만 하다 퇴근한다”며, “그러다 갑자기 일이 몰리면 야근을 부탁해야 하는데, 그때는 1.5배 수당을 요구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토로했다.
주 4.5일제가 법제화되면 기업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특히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현재의 주 5일제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근로시간을 더 줄인다면, 일할 사람도 없고, 일할 시간도 없는 이중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근로자를 위한 공약을 추진하는 것 자체를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시장 전체의 현실과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산다’는 단순한 진리를 외면한 채, 오직 표를 의식한 일방향 정책은 장기적으로 근로자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려면 반드시 유연근로제 확대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일이 많을 때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쉴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짜 선진 노동정책이며, 정부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고려하는 책임 있는 행보다.
이재명 정부가 근로자에게 표를 얻기 위한 정책만이 아니라, 업주를 함께 고려하는 양면 정책을 펼친다면 과거 그를 비판하던 국민들의 시각도 점차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성찰과 조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