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예정된 몰락

작성일 : 2025-07-18 10:19 수정일 : 2025-07-18 15:3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열악한 처지에도 전교 1등 독주 비결

안동의 여고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사건 파문

의사 아버지 두고 있는 전교 1여고생

엄마와 전직 담임교사가 학교에 침입

시험지 빼돌린 사실 드러나

자기 자녀 전교 1등은 모든 부모의 바람

그렇지만 페어플레이 담보되어야

아내의 부정행위 남편이 몰랐을까?

퇴학 처분최악의 성적표는

인과응보의 전형적 종착역

 

 

얼마 전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점심을 내셨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수십 년 전통의 냉면 전문점이었다. 그 냉면집은 사랑하는 딸이 졸업한 모 고교의 정문 바로 앞에 있다.

 

시원하고 맛있는 냉면을 먹으면서도 딸이 그 학교에 재학하던 때가 기억의 창에서 담쟁이넝쿨이 되어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당시, 딸은 아버지인 나의 경제적 추락으로 인해 싸구려 학원조차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오로지 학교 수업과 독학만의 전형적 악바리 공부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처럼 열악한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딸은 항상 전교 1등을 독주했다. 그리곤 결국 그 학교에서 유일무이 S대학교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북 안동의 한 여고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의사 아버지를 두고 있는 전교 1여고생을 위해 엄마와 전직 담임교사가 학교에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고교 3학년 A (18)은 시험지를 미리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엄마와 전직 담임교사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한다.

 

A 양은 그 학교에 입학 이후 줄곧 전 과목 1등을 유지한 전교 1으로 알려졌으나 성적 조작 정황이 드러나자 학교 측은 7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A 양의 성적을 모두 0점 처리하고 퇴학 조치하기로 내부 결정했다.

 

이 사건을 두고 해당 학부모들 사이에선 딸을 의대에 보내려 시험지를 훔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 중이라고 한다. 자기 자녀가 전교 1등의 성적을 질주하길 원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그렇지만 그 또한 정당한 게임(시험도 게임이다!)에 입각한 페어플레이(fair play)가 담보되어야만 비로소 당위성과 아울러 합리적 동의까지 도출되는 법이다.

 

높은 성적과 정정당당함의 이 두 가지 가치는 교육 환경과 사회 전반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함의를 지닌다. 또한, 서로를 보완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충하기도 하는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정정하고 당당한 노력이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높은 성적은 학생의 꾸준한 노력, 깊이 있는 학습,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이 정직하게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자신의 딸을 줄곧 전교 1등을 만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부정행위를 계속해 왔다는 사실을 남편이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여간 남편처럼 공부를 잘하여 딸을 의사로 만들고자 했던 안동 전교 1등 여학생은 그의 어머니의 과잉으로 말미암아 결국 퇴학 처분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야 말았다. 현대판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전형적 몰락이자 종착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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