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7-20 09:56 수정일 : 2025-07-20 16:03 작성자 : 김상호
또순이와 꺼벙이
– 잔소리도 유통기한이 있다


친구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나
그때마다 또순이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당신은 왜 항상 늦게 들어와?”
“뭐하고 다니는 거야!”
또순이의 잔소리는 마치 냉장고 속 요구르트 같다.
날짜가 지나면 새콤해지고,
더 두면 슬슬 곰팡이까지 핀다.
1. 갓 생산된 잔소리 – 신선함 100%
현관에 들어오는 순간, 현관에서 터지는 첫 마디.
소리도 크고 향도 강하다.
이때 내가 “미안, 오늘만 봐줘” 하고 싱싱하게 사과하면
잔소리는 금세 소멸된다.
2. 3일차 – 살짝 쉬기 시작
대답을 미루거나 또순이 말에 무시하면 잔소리는 문장 끝이 올라간다.
“왜?”에서 “대체 왜!”로 톤이 높아지고,
추궁이 설명서처럼 길어진다.
이때 부터는 웬만한 변명으론 감당하기 어렵다.
3. 일주일차 – 보관 주의
이쯤이면 잔소리는 삭힌 홍어급 위력을 자랑한다.
코끝을 찌르는 잔소리 향에 금세 표정이 굳는다.
껍데기만 건드려도 폭발한다.
4. 한 달차 – 폐기 불가, 가공 재활용
버려야 할 때인데 버리지 못한 또순이 잔소리는
‘과거자료’로 저장돼 필요할 때마다 재가동된다.
“작년에도 늦었잖아” “3년 전에도 안 고쳤잖아”…,각서썻잖아!
이럴 때 꺼벙이도 미처버린다.
지금까지 살아본 경험으로 보면,결론은 간단하다.
잔소리는 ‘따뜻할 때’ 먹어야 한다.
방금 생산된 잔소리엔 진심이 담겨 있다.
바로 듣고, 바로 사과하고, 바로 행동하면
부패 없이 사라진다.
반대로 미루면 미룰수록
소음은 커지고, 맛은 텁텁해지고,
결국 부부 생활 전체를 상하게 한다.
또순이에게 배운 교훈:
“잔소리도 음식처럼, 신선할 때 답해라.
그래야 우리 사이도 상큼하게 오래 간다.”